감독 ‘초보 운전’ 코라, 환상의 드라이브

29일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다저스타디움 안에서 딸 카밀라와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는 알렉스 코라 감독. AP뉴시스


보스턴 레드삭스를 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알렉스 코라(43) 감독은 미국프로야구(MLB)에서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초짜 사령탑이었다. 하지만 부임 첫 해 정규시즌 최다승(108승)은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일궈내며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랐다. 코라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한 신뢰를 보이며 다가갔고, 코칭스태프와는 허물없이 소통하며 하나로 똘똘 뭉친 ‘팀 보스턴’을 만들었다.

코라 감독은 1998년 LA 다저스에서 선수로 데뷔했다. 박찬호와 팀 동료였던 코라 감독은 그러나 현역시절 스타 선수는 아니었다. MLB 14시즌 통산 1273경기에 나와 타율 0.243를 기록했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코라 감독은 2005년부터 4년간 보스턴에서 뛰면서 2007년에 우승 반지를 꼈지만 그때도 조연에 불과했다. 이후 뉴욕 메츠(2009), 텍사스 레인저스(2010) 등으로 떠돌다 2012년 은퇴했고 해설위원, 윈터리그 감독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벤치코치로 리더십을 배우고 우승을 경험한 그는 곧바로 3년 계약을 맺고 명문구단 보스턴의 지휘봉을 잡았다. 팬들 사이에서 초보 사령탑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불신을 지워버린 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코라 감독은 올 시즌 MLB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08승(54패)이라는 압도적 전력을 뽐내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그의 지도력은 가을야구에서도 빛을 발했다. 리그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를,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지난해 우승팀 휴스턴을 제압했다. 특히 월드시리즈에서는 과감한 용병술로 찬사를 받았다. 한때 포스트시즌 선발 9연패 투수였던 데이빗 프라이스를 믿고 끝까지 중용했다.

프라이스는 29일 월드시리즈 5차전 선발로 나와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는 지난 2차전 선발, 연장 18회 혈투를 벌인 3차전에 구원 등판했지만 코라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연투를 자처했다. 프라이스는 월드시리즈 동안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98로 맹활약했다.

코라 감독은 2001년 밥 브렌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이후 신인 감독으로는 17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또 푸에르토리코 출신 최초의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코라 감독은 “내가 한 일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뿐”이라며 “결국 선수들이 모든 경기를 결정지었다. 우리 팀은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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