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단원들은 지금 요가 수업 중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과 직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안에 있는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요가를 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콘트라베이스가 한쪽 벽에 줄지어 서 있고 피아노가 앞뒤로 놓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지난 25일 오후 남녀 10여명이 바닥에 누워 요가를 하고 있었다. 아직 서툰 참가자들은 강사 제시카의 안내에 따라 부산히 몸을 움직였고, 제시카는 동작이 잘 안되는 참가자의 자세를 중간중간 잡아주고 있었다.

수업 중 여기저기에서 “아” “으” “악” 소리가 났다. 아픈 어깨나 허리 등에 자극이 가면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접은 무릎 위로 깍지를 꼈으면 엉덩이를 들어 위로 올려 보세요.” 제시카의 말에 하나둘 자세를 취했다. 강사가 잘되지 않는 누군가에게 “○○씨, 엉덩이를 든 건가요”라고 묻자 쿡쿡 웃음소리가 났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서울시향 단원들은 이곳에서 맹렬하게 연주회 연습을 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단원들이 이렇게 요가 수업을 하게 된 건 지난 6월부터다. 지난 3월 취임한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가 단원과 직원 120여명을 면담한 뒤 구성원들의 건강과 조직 화합을 위해 추진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단원 90% 이상이 목과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제시카는 “단원들은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앉아서 연주하기 때문에 상체가 대체로 좋지 않고 호흡도 짧다”고 말했다. 불규칙한 리허설 때문에 매주 정기적으로 하긴 어렵지만 벌써 8차례 수업을 열었고 매회 10명 안팎이 참여하는 ‘인기 클래스’다.

요가 수업으로 단원들은 긴장된 몸과 마음을 푼다. 이날 수업 중 잠깐 잠들었다는 곽승란(54·제2바이올린) 단원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리허설을 마치고 나면 파김치가 되지만 요가를 하면 신기하게도 재충전이 된다. 몸과 마음이 이완돼서 그런지 요가를 하다 간혹 까무룩 잠이 든다”며 웃었다.

시향 단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 환경미화원 등 모두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유대감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신은희(56)씨는 “가끔 단원들의 리허설을 듣는데 같이 요가를 해서 참 좋다”며 “노상 고개를 숙이고 청소를 하다 보니 어깨와 등이 굽고 아팠는데 요가를 하면서 어깨랑 등이 많이 펴지고 아픔도 덜하다”고 뿌듯해했다.

33년째 활동 중인 김미경(55·제2바이올린) 단원은 “(2014년 서울시향 사태 후) 우리 단체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서로 배려하기 때문에 밖에서 걱정하는 것보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가는 악기 연주처럼 호흡과 동작이 중요한 운동이기 때문에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명 연주단체도 요가 클래스를 운영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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