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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양다리 외교’… 시진핑 손잡자마자 모디와 악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8일 야마나시현 야마나카코무라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곳은 후지산 인근의 호숫가에 위치한 호텔이다. 아베는 이후 가와구치코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모디 총리와 만찬을 함께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별장에 외국 정상을 초대한 것은 처음이다. AP뉴시스




중국을 방문해 6년 만에 앙금을 털어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번에는 중국과 ‘앙숙’ 관계인 인도 총리를 초청해 친분을 과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27일 방중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참여키로 하는 등 다양한 경제협력을 맺었다.

그러나 인도는 일대일로를 자국 포위 전략으로 보고 잔뜩 경계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할 ‘인도·태평양 전략’도 적극 추진해 왔다. 따라서 일본이 중국에 이어 곧바로 인도 총리를 만나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유지하면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일본판 균형외교’ 또는 ‘양다리 외교’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28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야마나시현 가와구치코 부근에 있는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해 만찬을 같이했다. 아베 총리가 외국 정상을 자신의 별장에 초대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전통의 우방인 인도와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두 정상은 앞서 단풍으로 유명한 야마나카코를 둘러본 뒤 인근 호텔에서 1시간30분가량 오찬을 함께했다.

아베 총리는 29일에는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한다. 일본과 인도는 3000억엔(약 3조원) 규모의 차관 제공 등 경제 및 외교·군사 분야에서 다양한 합의를 할 전망이다. 또 일본과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인도의 적극적인 협력도 요청할 계획이다.

중국의 라이벌인 인도 역시 일본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계속 압박해 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과는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분야 협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아베 총리는 11월 중순엔 호주를 방문해 스콧 모리슨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고 ‘방문부대지위협정’ 등에 대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양국의 공동 노력 아래 현재 중·일 관계는 정상궤도로 돌아왔다”고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시 주석은 또 “일대일로 건설은 중·일 협력을 심화하는 새로운 플랫폼과 실험의 장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일본의 신시대 중국 발전 프로세스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계속 적극적으로 중국 발전 프로세스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며 “일·중의 새로운 시대를 시 주석과 열고 싶다”고 화답했다. 일대일로에 대한 일본의 참여를 선언한 셈이다.

중·일 관계 정상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무역공세 속에 일시적인 연대 필요성이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자라를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이 필요했고, 일본은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상호 인식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적 연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아베 총리가 중국에서 돌아오자마자 모디 총리를 만난 것은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더라도 중국의 군비 확충과 해양 진출 등에 맞서 미국·인도·호주 등과 연대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또 갑자기 중국에 지나치게 쏠렸다가 자국의 동맹국이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수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조민아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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