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불쇼 불쏘시개, 로버츠 용병술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윗 사진 왼쪽)이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MLB 월드시리즈 4차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패색이 짙어진 9회 덕아웃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같은 날 계투로 등판해 동점의 빌미를 제공한 다저스의 켄리 잰슨(왼쪽)과 라이언 매드슨이 각각 홈런을 맞은 직후 아쉬워하는 모습. AP뉴시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이해할 수 없는 투수진 운영으로 사실상 거의 다 이긴 경기를 날렸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018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한 다저스의 리치 힐은 6회까지 빛나는 역투를 선보였다. 6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고 안타 하나와 볼넷 2개를 내주며 보스턴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전날 3차전에서 월드시리즈 사상 최장인 18회 연장전을 치르며 불펜진이 크게 소모된 점을 고려하면 힐의 역투는 다저스에 천군만마였다.

7회에도 힐은 선두타자 잰더 보가츠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위력적인 구위가 여전해 누가 보더라도 힐이 7회까지 맡는 게 적절했다. 이때까지 투구수도 91개에 그쳤다. 더구나 다저스는 6회말 야시엘 푸이그의 스리런 홈런 등으로 4-0으로 넉넉하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이때부터 불펜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악몽은 시작됐다. 로버츠 감독은 힐을 같은 좌완인 스콧 알렉산더로 교체했다. 알렉산더는 브록 홀트에게 4구 연속 볼을 내줬다. 뒤이어 라이언 매드슨이 등판했다. 매드슨은 지난 1∼2차전에서 선발인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의 승계주자를 모두 들여보낼 정도로 안정감이 떨어졌다. 그런 매드슨은 결국 이날도 대타 미치 모어랜드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다저스의 리드는 4점에서 1점으로 줄었다.

비극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8회초 등판한 켄리 잰슨이 스티브 피어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해 전날에 이어 2연속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9회초 다저스는 알렉스 우드와 마에다 겐타 등 불펜진이 차례로 무너지며 대거 5실점해 4-9로 사실상 승부를 넘겨줬다.

9회말 키케 에르난데스가 보스턴의 마무리 크렉 킴브럴에게 투런 홈런을 치며 6-9까지 추격했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해 경기가 끝났다.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경기 뒤 로버츠 감독의 투수 교체 시점 등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트위터를 통해 “7이닝 가까이 역투하던 힐을 내리고 긴장한 계투진을 내보내다니 놀랍다”며 “4점의 리드가 날아갔다.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기 중반까지 끌려가던 보스턴은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며 5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겼다. 다저스와 보스턴은 29일 5차전 선발에 각각 커쇼와 데이빗 프라이스를 예고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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