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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대인 죽어야” 美 사상 최악 유대인 혐오범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경찰과 구급요원들이 27일 오전(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앞에서 희생자들을 들것으로 옮기고 있다. 반유대주의자인 범인은 총기 난사 후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부상을 입고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11명이 숨지고, 경찰 4명을 포함해 6명이 다쳤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행사장에서 유대교 랍비 벤저민 센드로(왼쪽), 톰 오리어리 목사와 함께 피츠버그 총기 난사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간선거 앞두고 혐오·분노 폭발, 특정 종교 등 겨냥한 범죄 잇달아… WP “트럼프가 증오범죄 조장”
트럼프, 기관에 조기 게양 지시 反트럼프 진영 연쇄 폭발물 소포
백인 남성, 흑인 2명 총 쏴 살해… 美 언론들 ‘72시간의 증오’ 표현


미국 사회에 누적됐던 혐오와 분노가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폭발하고 있다. 특정 정치세력과 특정 인종·종교 신자를 겨냥한 ‘증오 범죄(hate crime)’가 연이어 발생해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인사들에게 보내졌던 연쇄 폭발물 소포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유대교인들을 겨냥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이들 사건을 ‘72시간의 증오(72hours of hate)’라고 표현했다. 최근 72시간 내에 발생한 3건의 강력범죄가 모두 타인에 대한 증오·분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27일 오전(현지시간) 백인 남성 로버트 바우어스(46)가 예배 도중 들어가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경찰 4명을 포함해 6명이 다쳤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피츠버그 앨러게이니카운티의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 유대교 회당이었다. 피츠버그 도심에서 10여분 떨어진 곳으로,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바우어스는 매주 토요일 오전 9시45분쯤 시작되는 예배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AR-15 자동소총과 최소 권총 3정을 가지고 있었다. 현지 경찰은 “바우어스가 총을 쏘면서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 유대교 회당은 평일에는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지만 토요일에는 유대교 안식일 예배 때문에 개방돼 있었다. 바우어스는 회당에 들어가 20여분간 머물며 범행했다. 회당 안에는 어린이 이름 명명식이 열리고 있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성인이라고 피츠버그 당국이 밝혔다. 범인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총상을 입고 체포됐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반(反)유대인 범죄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대인을 겨냥한 범죄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에선 교회 등 특정 종교시설을 겨냥한 총기 난사 사건이 2012년 이후 15건이 발생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보고 수사를 펼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종교의식 방해와 화기 이용 살인 등 29개 혐의를 적용해 바우어스를 범행 당일 기소했다.

바우어스는 온라인에서 반(反)유대주의 내용을 여러 차례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바우어스는 극우 인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갭닷컴의 자기 소개란에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썼다. 그는 유대인 난민지원단체(HIAS)를 ‘설탕을 입힌 악마’라고도 표현했다. 바우어스는 총기 난사 5분 전에도 갭닷컴에 “우리 국민이 살육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나는 들어간다”는 글을 올렸다고 CNN은 전했다. 바우어스는 자기 이름으로 총기 21정을 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미 법무부는 26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반트럼프 진영의 인사 등에게 최소 13개의 폭발물 장치가 든 소포를 보낸 50대 백인 남성을 체포했다. 지난 24일에는 한 백인 남성이 켄터키주의 흑인 교회를 범행 타깃으로 삼았다가 실패하자 인근 슈퍼마켓에 들어가 흑인 2명에게 총을 쏴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야당 인사들을 겨냥한 폭발물 소포 배달에 이어 흑인, 유대인들을 겨냥한 총기 난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미 정치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증거 없이 특정한 세력을 공격하고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극단주의자 또는 과격주의자들에게 폭력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사악한 반(反)유대주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행사 도중 유대교 성직자(랍비) 벤저민 센드로를 단상으로 초청해 함께 기도했다. 그는 사고 현장인 피츠버그를 곧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정부기관 건물에 31일까지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하게 대처한 것은 증오 범죄에 대한 책임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증오 범죄 등 정치적 폭력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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