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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보다 무서운 불확실성 공포

국내 대기업들이 잇달아 올 3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의 공포’가 우리 산업계를 덮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 특성상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 통화 약세 등 대외 무역환경 악화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좋은 실적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났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7조5000억원, SK하이닉스는 6조472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실적과 상관없이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시장 전망은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다. 내년부터 5G 통신이 본격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 반도체 수요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대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슈퍼 사이클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중국이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며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현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반도체 경기 하강의 시그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첨단 기술 분야로 확대될 경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IT 제품도 피해가 우려된다.

현대자동차의 ‘어닝 쇼크’를 필두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3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낮은 1.2%로 떨어졌다. 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도 0.8%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른 업체들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 4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노사 갈등으로 한국GM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쌍용자동차도 수출 감소로 전체적인 판매 물량이 줄었고, 부정적인 환율과 판매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판매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면 협력사 상황은 더욱 우울해진다.

곧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조선·해운업계 역시 수년간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점차 회복 수순을 밟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주 결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종 특성상 당분간 적자 행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4∼2016년 일감을 수주한 덕에 3분기 흑자가 예상되는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28일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환율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불안정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실적이 수치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좋아졌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김준엽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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