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쏜 ‘거짓 화살’에… 벤투호 황태자 낙마

 
지난해 12월 18일 장현수가 제출한 경희고등학교 축구 봉사활동 증빙 사진과 같은 날 촬영된 운동장 사진. 해당 날짜에는 폭설이 내렸지만 장현수가 제출한 사진(왼쪽)의 날씨는 화창하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같은 날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각각 다른 날짜의 봉사활동 자료로 제출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벤투호 황태자’로 불린 축구 국가대표 부동의 중앙수비수 장현수가 병역특례 대체복무를 위한 봉사활동 내역을 일부 조작한 것이 확인되면서 11월 대표팀 평가전을 위한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됐다. 사안의 성격이 중대한데다 그의 도덕성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어 향후 국가대표 승선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8일 “군 대체복무 증빙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장현수가 관계 기관을 통해 조작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병역특례를 받은 유명 축구 선수가 ‘대체복무 봉사활동 확인서'를 조작해 제출했다고 처음 폭로한 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는 장현수의 실명을 적시했다.

장현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특례를 받았다. 병역특례를 받은 운동선수는 군 복무 대신 34개월 동안 체육요원으로 복무하되 청소년이나 미취학 아동 등을 대상으로 544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병역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장현수는 대체복무 봉사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현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약 두 달간 모교인 서울 경희고등학교에서 총 196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며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낸 자료는 사실과 달랐다. 폭설이 내린 날에 맑은 날씨에 훈련하는 사진이 제출되거나, 같은 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여러 날에 걸쳐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첨부됐다.

처음 의혹이 제기될 당시 장현수 측은 봉사활동은 제대로 했으나 자료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 의원의 폭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병무청이 조사에 나서자 지난 26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린 것이 사실”이라며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병역법은 봉사활동 실적을 허위로 제출할 경우 경고를 주고, 경고 처분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5일을 연장하여 복무하게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장현수에게 경고를 하고 체육요원 봉사활동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축구협회는 다음 달 호주와 우즈베키스탄 친선전을 위해 소집되는 대표팀에서 장현수를 제외하기로 했다고 28일 알렸다. 장현수는 축구협회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며 “11월 A매치 기간과 12월 시즌이 끝난 뒤 주어지는 휴식 기간에 체육 봉사활동을 성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현수의 국가대표 제외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날지는 미지수다. 병역혜택을 입은 선수가 최소한의 봉사활동 조차도 회피하기 위해 자료를 조작한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용인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의 국가대표축구단운영규정 제 17조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체육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갈수록 도덕성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상 장현수의 국가대표 승선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관계 기관의 자료를 검토해 위법 사실과 수준이 구체적으로 확인될 경우 징계위원회가 소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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