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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뒤흔든 폭발물 소포 反트럼프 진영·CNN 겨냥

 
CNN이 트위터에 공개한 폭발물의 모습.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유력 정치인과 진보 성향 CNN방송에 24일(현지시간) 잇달아 폭발물 소포가 배달되면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공격 대상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정치인과 유력 인사, 언론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사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CNN 등에 따르면 이번 폭발물 소포 공격 대상자는 최소 9명으로 파악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창업자, 맥신 워터스·데비 와서만 슐츠 하원의원 등 모두 민주당 소속 정치인과 유력 인사다. 25일 새벽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해온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니로에게 소포가 배달됐다. 소포는 일반우편으로 발송됐으며 배달 전 수사 당국에 의해 차단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신자가 브레넌 전 국장으로 적시된 소포는 CNN 뉴욕지국이 위치한 뉴욕 타임워너 빌딩으로 배달돼 사실상 CNN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브레넌 전 국장은 한때 CNN에 자주 출연했지만 지금은 NBC와 MBNBC의 안보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이 소포는 오전 10시쯤 CNN 뉴욕지국 우편물 보관소에서 발견됐다. CNN 뉴욕지국은 아침 뉴스를 중단하고 전 직원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키는 등 소동을 겪어야 했다.

FBI에 따르면 폭발물은 성조기 문양 우표 6개가 부착된 노란색 큰 봉투 안에 담겨 있었다. 봉투 좌측 상단 발신자란에는 슐츠 의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폭발물은 검은색 파이프(pipe) 형태로, 충격 방지용 비닐 포장재로 싸여 있었다. FBI는 “소포가 다른 지역으로도 발송됐을 수 있다”면서 “수상한 소포를 발견할 경우 절대 건드리거나 다른 데로 옮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은 발송된 소포가 모두 비슷한 형태인 점으로 미뤄 용의자가 동일인물이나 단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수도 있다. 피해자 모두 반(反)트럼프 성향인 점으로 미뤄 보수 성향 극단주의자의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CNN을 ‘가짜 뉴스’라며 자주 공격한 바 있다.

공격 대상이 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백악관도 세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비열한 행위를 저지른 자는 법에 따라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민주당 유세에 참석 중이던 힐러리 전 장관은 “지금은 혼란의 시대이며 깊은 분열의 시대”라며 “우리는 이 나라를 통합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비열한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보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하지 않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언론 역시 어조를 누그러뜨리고 비난과 네거티브, 거짓 공격(false attacks)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 일부를 언론에 돌리기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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