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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뿌리’는 미군정 조병옥 박사 아닌 임정 김구 선생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유공자 시상을 하고 있다.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된 고 문형순 전 제주 성산포경찰서장을 대신해 문 전 서장의 도움으로 생존한 강순주씨가 상패를 받았다. 문 전 서장은 제주 4·3사건 2년 뒤인 1950년 8월 한국전쟁 때 계엄군의 예비검속자(좌익 의심자) 총살 명령을 거부하고 221명을 풀어줬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의 뿌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뜻을 밝혔다. 광복 이후 미국 군정이 초대 경무국장(지금의 경찰청장)으로 임명한 조병옥 박사가 아닌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초대 경무국장을 지낸 백범 김구 선생을 기리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99년 전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문지기가 되겠다는 각오로 대한민국 경찰의 출범을 알렸다”며 “매사에 자주독립과 애국안민의 척도로 임하라는 김구 선생의 당부는 경찰 정신의 뿌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후예들을 보며 김구 선생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념식에는 임시정부 3대 경무과장 권준 선생의 외손자 최재황 경사 등 임정 경무국 후손들도 자리했다.

그동안 경찰의 날 행사는 대부분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광복 70주년이자 경찰 창설 70주년이던 2015년에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지난해는 시민에게 다가가는 경찰이 되겠다는 의미로 광화문광장에서 기념식이 진행됐다. 특정 인물을 기념하는 장소에서 경찰의 날 행사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역사의 1호 경찰인 김구 선생을 기리고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날은 미 군정이 1945년 경무국을 창설한 10월 21일이다. 올해 경찰의 날은 일요일이어서 기념식 날짜가 조정됐다. 미 군정 산하 조직을 한국 경찰의 뿌리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경찰은 내년 임시정부 100주년에 대비해 지난 8월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경찰 역사 쇄신 작업을 하고 있다. 임정 내 경무국이 만들어진 1919년 11월 5일을 경찰의 날로 재지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여성의 삶과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들을 철저히 예방하고, 발생한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주길 바란다”며 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 근절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경찰에 주문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자치경찰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등을 거론하며 경찰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권력의 무리한 집행으로 국민과 경찰이 함께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도의 날인 이날 문 대통령은 화상통화로 독도경비대를 격려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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