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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부지 확보…내년 국공립유치원 1000개 학급 증설 ‘산 넘어 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왼쪽),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공립유치원 학급을 늘리고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사립유치원 비리 대책을 내놨다. 최현규 기자








25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국공립유치원 추가 증설 계획을 막판에 밀어 넣었다. 이를 빼면 학부모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국공립유치원 증설 걸림돌은 사림유치원들의 저항만 있는 게 아니다.

국공립유치원 어떻게 늘리나

교육부는 애초 내년 3월 국공립 학급 500개를 늘릴 계획이었다. 2022년까지 매년 500개 규모로 학급을 늘려 유치원생 10명 가운데 4명은 국공립에 다니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유치원 학부모들은 비리 사립유치원 사태를 겪으며 ‘사립유치원 못 믿겠다’면서 국공립 추가 확대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여 내년 9월 500개 학급을 추가 증설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을 1년 앞당기는 것이다. 이러면 국공립 취원율 40% 목표는 2021년 달성된다. 내년 3월 만들어지는 500개 학급은 서울 78개, 경기도 158개, 부산 17개, 대구 10개, 인천 25개 등이다. 이미 올해 2월 발표된 계획에 따라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9월에 추가되는 500개 학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학부모 선호도가 가장 높은 대형 단설 유치원을 신설하는 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교육부는 다양한 옵션을 고민하고 있다. 부모협동형 유치원, 공영형 유치원, 아파트 주민시설 장기임대형, 사립유치원 매입 또는 장기임대형 공립유치원 등이다. 중·고교 부지를 활용하는 병설형 단설 유치원도 옵션 가운데 하나다.

부모협동형 유치원은 학부모가 직접 유치원 설립·운영 전반에 참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다. 정부·공공기관 시설을 임대하는 방식이 허용된다. 어린이집 150여곳이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데 공공성과 투명성이 높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국공립에 준하는 공공성을 갖춘 사립유치원인 공영형 유치원도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한다. 운영비 50% 안팎을 정부에서 지원받는 대신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고 개방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교육 당국이 매입하는 매입형 유치원과 아파트 공동시설을 장기 임대하는 유치원 방식도 확대한다.

예산과 부지 확보 등 난제가 많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영형 유치원은 이미 운영되는 유치원의 경영·소유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용지 확보나 건설,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유치원 설립자가 마음대로 경영을 할 수 없어 지원을 꺼린다. 유치원생 모집에 문제가 없는 사립유치원이 이런 형태로 전환해 교육 당국의 간섭을 받을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서울의 공영형 유치원은 2016년 2곳, 2017년 2곳을 선정해 4곳뿐이다. 병설 유치원도 학부모 등의 저항이 있다. 또한 유아교육 수요가 많은 지역의 학교들은 병설 유치원에 자리를 내줄 유휴 교실이 넉넉하지 않다.

‘교비=쌈짓돈’ 회계 뜯어고친다

비리 사립유치원 파문은 원아 교육에 돌아가야 할 돈을 원장이 개인적으로 쓴 사실이 드러나 촉발됐다. 정부는 사립유치원 반발로 도입하지 못했던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2020년까지 의무화하기로 했다. 규모가 작은 사립유치원은 행정을 담당할 인력을 따로 두지 않고 원장이 직접 회계 처리를 하고 있다. 민간 회계 프로그램을 쓰거나 수기로 회계장부를 작성하고 있다. 에듀파인은 초·중·고교와 국공립유치원에 도입됐지만 사립유치원만 예외였다. 정부가 실시간으로 사립유치원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원생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과 희망하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내년 3월 에듀파인을 활용토록 할 방침이다. 내년 3월 적용되는 사립유치원은 600개 규모로 추정된다. 유치원 특성을 반영한 새 에듀파인 시스템이 개통되는 2020년부터는 모든 사립유치원에 의무화된다. 인근 공립 단설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멘토로 지정해 에듀파인 컨설팅을 받도록 한다. 2020년 전면 도입 전까지는 유치원 정보공시를 강화해 유치원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다.

또한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유치원 돈을 허투루 썼을 때 횡령죄로 처벌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하겠다”고 설명했다.

사립유치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도 정비에도 나서기로 했다. 먼저 설립자 결격사유를 만들어 부적절한 설립자를 가려낸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5년간, 유아교육법 위반으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경우 2년간 설립자가 될 수 없도록 한다. 중대한 위반행위로 폐쇄명령을 받은 유치원이 있는 지역에는 1년 안에 사립유치원 재인가가 불가능해진다. 문제가 있는 유치원 설립자가 가족을 내세워 이름만 바꿔 다시 개원하는 ‘간판갈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 유치원별 보수 기준표를 만들도록 했다. 교육부는 “일부 유치원은 (설립자) 자녀인 교사는 고액 연봉, 일반 교사는 최저임금을 받고 있어 차별 해소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가장 먼저 폭로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발표된 대책의 70∼80%는 추가적인 예산 확보나 법 개정이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뒤늦은 대책 발표를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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