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전북의 미래는… 맨유? 아스널?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지난 2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33라운드 경기 후 열린 K리그1 우승 시상식에서 엄지를 세워 보이며 기쁨을 표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현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길을 갈까, 아스널의 길을 갈까.’

14년간 프로축구 K리그 전북에서 장기 집권한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의 공백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간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9개의 우승컵을 안겨준 최 감독이 중국으로 떠나며 전북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홀로서기 하는 전북은 비슷한 문제로 고민했던 구단들을 참고해 이를 헤쳐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 감독이 15년 가까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1986∼2013 시즌)과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1996∼2018 시즌) 감독이 있다. 그러나 두 명장을 떠나보낸 구단의 미래는 엇갈렸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수렁에 빠졌다. 지난 5년간 감독 대행을 포함해 4명의 지도자들이 팀을 이끌었지만 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에버턴을 11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었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큰 기대를 모으며 퍼거슨 감독의 지휘봉을 물려받았지만 성적 부진으로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뒤를 이은 루이스 판 할 및 주제 무리뉴 감독도 선수단과의 불화, 비효율적인 영입,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25일 “팀 안팎을 완벽히 장악했던 퍼거슨 감독의 그늘이 너무 커 후임자들이 극복하지 못했다. 퍼거슨 감독의 퇴임 후 구단의 투자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아스널은 벵거 감독이 물러난 이후 오히려 더 세밀한 축구를 구사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벵거 감독의 뒤를 이어 이번 시즌 팀을 맡은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최근 리그와 컵대회 포함, 10경기 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에메리 감독은 취임 후 루카스 토레이라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고 짧은 패스 중심의 아름다운 축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아스널의 황금기를 다시 구가하고 있다는 찬사까지 나온다.

전북이 최 감독의 빈자리를 채우고 기존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기 감독은 김민재, 김신욱, 이동국 등 화려한 스타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모기업인 현대 자동차로부터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확보하는 능력도 요구된다. 김 해설위원은 “차기 감독은 선수단 장악 및 구단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이에 실패하면 팀이 흔들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북은 다음 시즌에 차질이 없도록 후임자를 이른 시일 내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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