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모르는 공무원이 감사”, 정부 ‘교차점검’ 방침에 어린이집 원장들 사색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2000여곳에 대한 집중점검에 ‘교차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하자 어린이집 원장들이 발칵 뒤집혔다. 각자의 어린이집을 담당하던 공무원이 아닌 다른 지역 공무원이 오면 점검이 이전보다 엄격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교차방식 도입은 그동안 수차례 지적된 시·군·구 공무원과 어린이집 간 유착관계를 고려한 처사다. 교육부가 25일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서 “감사의 공정성을 위해 관련자를 배제하는 ‘교차감사’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구청과 어린이집 간 유착관계는 원장 선임 단계부터 시작된다. 특히 국공립어린이집의 위탁 절차를 시·군·구가 담당하고 있어 양측 간 유착관계가 더욱 심하다는 진단이다.

시·군·구 공무원이나 지역의 기초의원에게서 신규 국공립어린이집이 생긴다는 정보를 입수한 개인이나 법인은 위탁 고시공고가 뜨기 전부터 ‘물밑작업’을 시작한다. 일부 지역에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심사위원 정보까지 빼내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위탁자로 선정돼 어린이집 원장이 되면 이때부터는 관계 유지에 들어간다. 시·군·구 공무원에게 식사나 선물을 대접하는 것뿐 아니라 유력 어린이집 원장에게 ‘줄대기’를 하기도 한다. 국공립어린이집 위탁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교사는 “원장들 사이에서도 소위 ‘라인’이란 게 있다”며 “구립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이 갖고 있는 인맥에 접근하기 위해 이들에게 잘 보이려 한다”고 했다.

원장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기초 지자체와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을 위탁한 지 2년이 지나면 재위탁, 재재위탁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때 담당 시·군·구의 공무원과 친분이 있으면 유리하다. 어린이집 점검 시 문제가 발견됐을 때 눈감아주기도 한다.

어린이집과 시·군·구, 기초의원의 유착관계를 엿볼 수 있는 경우는 어린이집 행사 때라고 한다. 한 국공립어린이집 현직 교사는 “구의원이나 구청 공무원이 행사에 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데 내빈인사를 하는 등 원장이 과하게 띄우면 의심할 여지가 있다”며 “교사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일”이라고 했다.

시·군·구 공무원과 어린이집 원장 간 유착관계가 발각되면 공무원은 징계를 받지만 원장은 부활이 가능하다. 원장 자리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또 다른 지역에 신규 국공립어린이집이 세워지면 이를 위탁받기 위해 다른 공무원과 새로운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악순환이다.

참여연대 김남희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개인에게 위탁하지 않고 사회서비스공단같은 조직을 통해 지자체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원장을 파견하는 식이 돼야 한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집중점검을 계기로 차후 점검 때도 교차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