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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트럼프 휴대전화 도청… 무역전쟁 로비에 이용”

중국 정보기관이 미·중 무역전쟁 확대를 막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도청해 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현직 미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보기관은 도청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하는 방식과 평소 의견을 나누는 최측근을 파악한 뒤 로비에 이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는 최측근은 물론 그 주변 인물까지 파악했다. 무역전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들은 뒤 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통화한 인물에는 스티븐 앨런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대표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거물이었던 스티브 윈 등이 포함됐다. 슈워츠먼은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1억 달러 규모의 장학금도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마러라고리조트 회담에 동석하기도 했다.

윈은 최근 성추행 혐의로 윈리조트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카지노 업계에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재무위원장을 지낸 윈은 중국 마카오에도 호텔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모두 3대로, 모두 애플사의 아이폰이다. 이 중 2대는 미 국가안보국(NSA)이 보안 칩을 넣은 공무용 전화이고, 나머지 한 대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전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 위험을 경고하는 보좌관들의 만류에도 지인들의 연락처가 저장된 개인 아이폰을 사용해 왔으며, 30일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무용 전화 교체 역시 번거롭다며 잘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정부가 유력 기업인이나 학자 등을 통해 미국 지도자들에게 비공식적 네트워크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은 오랜 전통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대통령 전화를 직접 도청해 누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어떤 주장이 효과가 있는지를 훨씬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 역시 중국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있지만, 중국처럼 ‘세련된 방식’으로 도청 내용을 이용하지는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블랙스톤그룹의 대변인은 NYT 보도에 대해 중국 정부가 슈워츠먼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슈워츠먼은 양국 국가수반의 요청이 있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윈의 대변인은 “우리 고객은 이미 은퇴했다”며 관련 언급을 거부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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