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웃음-긴장의 소용돌이, 그 기막힌 앙상블 [리뷰]

영화 ‘완벽한 타인’의 한 장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세 가지 자아가 있다고 말한다. ‘공적인 나, 사적인 나, 그리고 비밀스러운 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 40년 지기 네 사람이 있다. 권위적이고 고지식한 변호사 태수(유해진), 가정적이고 유능한 성형외과 전문의 석호(조진웅), 갓 레스토랑을 개업한 능글맞은 ‘꽃중년’ 준모(이서진), 교사로 일하다 백수 생활을 시작한 영배(윤경호).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하던 이 ‘완벽한 친구’들이 위험한 게임을 시작한다.

부부 동반 집들이에서다. 전업주부 생활에 지쳐 문학반에 재미를 붙인 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 정신과 의사인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 수의사로 일하는 준모의 아내 세경(송하윤)도 동참한다. 이름하여 휴대전화 잠금 해제 게임. 룰은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동안 걸려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모바일 메신저, 이메일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다.

이토록 기발하고도 발칙한 설정을 앞세운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다. 평화롭던 초반 분위기는 게임이 시작되고 삽시간에 자취를 감춘다. 휴대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점차 싸늘해지는 공기. 각자의 비밀이 하나둘 들춰지면서 상황은 거침없는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2016)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작품. 탄탄한 서사와 구성이 전개에 힘을 싣는다. 영화는 코믹과 스릴러, 심리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들며 쫄깃한 리듬감을 형성하는데, 동시에 극을 휘어 감는 긴장감은 점층적으로 고조된다.

절묘하게 강약을 조절해내는 연출력이 일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이재규 감독은 드라마 ‘다모’(2003) ‘베토벤 바이러스’(2008) ‘더킹 투하츠’(2012·이상 MBC) 등을 연출한 스타PD 출신 영화감독. ‘역린’(2014) 이후 4년 동안 절치부심한 그의 내공이 빛을 발한다.

디테일한 화면 구성은 극을 한층 촘촘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 호흡 또한 기막힌 앙상블을 이룬다. 거의 본능적인 액션과 리액션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데, 그 안에서 각자 다채로운 감정들을 펼쳐낸다. 극적인 스토리에 현실감을 불어넣은 것도 배우들의 몫이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보이는 이 영화의 강력한 힘은 ‘공감’이다. 우정, 사랑, 부부관계, 고부갈등, 심지어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 부재까지 폭넓은 문제를 다뤄낸다. 누구나 비밀이 있으며,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메시지는 한편으로 위안이 되기도 한다. 31일 개봉. 115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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