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뒤에 테리우스’ 로맨스? 코미디? 액션?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배우 소지섭은 날카로운 눈빛의 전설의 첩보원(위 사진)이자 앞집 쌍둥이를 돌보는 허술한 베이비시터(아래 사진)로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작품을 이끌고 있다. MBC 제공


한 남자가 차를 타고 도심을 달린다. 여인을 구하기 위해서다. 적을 만나면 각종 무술로 간단히 제압한다. 막다른 길에 몰려 위기에 처한 남자. 상대가 쏜 총에 맞은 그는 물속 깊이 가라앉는다. 최강의 첩보원인 그의 이름은 본. 할리우드 영화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 본이 아니다. 김본(소지섭)이다.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전직 NIS(국가정보원) 요원과 운명처럼 첩보 전쟁에 뛰어든 앞집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MBC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연출 박상훈·박상우, 극본 오지영)가 화제다. 지난 18일 방송한 15, 16회에서 각각 7.9%, 9.5%(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드라마들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10% 고지가 목전이다.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 마이 비너스’(KBS2) 이후 약 2년 반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하는 배우 소지섭에 대한 관심이 컸다. 최근 쏟아져 나온 수많은 드라마 중 유일한 첩보극인 것도 한몫을 했다. 첩보물 특유의 긴장감에 배우의 카리스마가 더해져 손에 땀을 쥐는 액션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뚜껑을 열자 액션보다는 소소한 재미가 주를 이뤘다. 전설의 첩보원에서 ‘육아인’으로 변신한 김본의 모습도 그중 하나다. 그는 연인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앞집 주부 고애린(정인선)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천방지축 앞집 아이들을 돌보는 베이비시터가 된다. ‘시터 본’이 된 그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육아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 귀여운 ‘허당’ 매력을 선보인다. 김본과 대척점에 있는 방산 로비 대행업체 J인터내셔널 대표 진용태(손호준)도 악인이지만 때때로 빈틈을 보여주며 코믹한 모습을 뽐낸다.

시청자들의 평가는 조금씩 갈렸다. 재미는 있지만 로맨스·코미디·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 보니 이질적으로 느껴지거나 강렬함이 덜하다는 의견도 있다. 극 초반인 만큼 로맨스나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악역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미묘한’ 장르 혼합이 오히려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가 됐다고 분석한다. 정석희 드라마평론가는 “코믹 첩보극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대중성을 확보하고, 여타 무거운 장르물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지점”이라며 “인물들의 과거나 로맨스에만 얽매이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 게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네티즌 수사대를 떠올리게 하는 KIS(킹캐슬 아파트 아줌마 정보국)의 회원들이다. 고애린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하는 심은하(김여진) 김상렬(강기영) 봉선미(정시아) 등 주부 군단은 웬만한 국정원 요원들보다 뛰어난 정보력과 추진력을 지녔다. 육아의 최전선에 있는 이들은 특출한 기지로 유괴사건을 막아내는가 하면,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만든다.

해학도 곳곳에 녹아있다. ‘경단녀’ 고애린은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주부의 삶과 경력단절 여성의 고충을 보여준다. KIS의 청일점 김상렬처럼 ‘주부는 곧 여성’이라는 고착된 이미지를 탈피한 캐릭터도 신선하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일사불란한 KIS의 모습을 국정원과 대비시켜 표현한 점도 풍자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팽팽한 긴장감을 더욱 살려나가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을 총괄하는 남궁성우 PD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보통 사람들이 프로보다 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가 있는 이야기”라며 “후반부는 특유의 코믹함과 본격적인 첩보전이 함께 맞물려 더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