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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흥우] 독도살이



독도는 사람 살기에 부적합한 섬이다. 외딴곳에 위치한 데다 크기가 너무 작아 자급자족이 불가능하다. 독자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곳, 독도가 국제법상 섬이 아닌 암초로 분류되는 주된 이유다. 독도 경비와 수호를 위해 1개 소대 병력의 독도경비대가 상주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거주민이 아니다.

아무도 살지 않던 홀로섬, 독도를 주민이 거주하는 유인도로 탈바꿈시킨 이가 고 최종덕씨다. 울릉도 어민이었던 최씨는 1965년 3월 수산물 채취를 위해 독도에 들어갔다.

그는 81년 주민등록지를 아예 독도로 옮기고, 87년 9월 사망할 때까지 독도에서 산 독도주민 1호다. 최씨 뒤를 이어 87년 7월 그의 사위 조준기씨가 이주했다. 조씨는 94년 3월 강원도 동해시로 이사할 때까지 7년 가까이 독도주민으로 살았다.

조씨가 뭍으로 이주하면서 91년 11월에 이곳에 터를 잡은 김성도·김신열씨 부부가 유이한 독도 주민이었다. 이 중 김성도씨가 지난 21일 지병으로 향년 7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제주해녀 출신 김신열씨 혼자 남게 됐다. 이들 외에 독도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한 주민이 네 명 더 있었지만 2년을 버티지 못했다.

그런 독도에서 김씨 부부는 30년 가까이 살았다. ‘독도지킴이’라는 영광스러운 별칭도 얻었다. 홀로 남겨진 김신열씨(81)가 독도에서 지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최종덕→조준기→김성도·김신열 부부로 이어지는 독도 주민 계보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는 곳이 독도라고 한다. 그만큼 가기가 어렵다는 말일 게다. 1년 중 입도가 가능한 날이 평균 60∼70일에 불과하다니 빈말이 아니다. 이처럼 가기도 어려운데 살기는 또 얼마나 고단할지 짐작조차 안 된다.

일본의 독도 도발과 침략에 맞서 몸소 독도 지키기를 실천한 김씨 부부의 헌신이 있었기에 독도는 오늘도 꿋꿋하다. 마침 오늘이 독도의 날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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