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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에 속수무책… 코스피 또다시 연중 최저치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2100선을 내주며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23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폭락한 주가지수와 치솟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병주 기자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에 또다시 주저앉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장기화 우려,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 위협 등 ‘외풍’에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외국인과 기관은 매물을 쏟아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7% 하락한 2106.10에 마감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중 한때는 21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218억원, 2422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급락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INF 폐기를 거듭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조약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협정을 끝내고 있다. 중국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중국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핵무기 증강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우려가 고개를 든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완화할 의도가 없으며 중국이 고통 받을수록 미국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믿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여기에 미국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 작전이 겹치면서 무역전쟁이 군사적 갈등으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였다.

꾸준한 달러 강세가 증시 상승을 억누르는 측면도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9.2원 오른 1137.6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로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리스크에 얼어붙기 시작한 환율은 증시 하락에 연동하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미국발(發) 악재에 속수무책인 건 한국뿐만이 아니다. 각종 악재로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외국인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며 증시를 흔들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모두 2%대 낙폭을 보였다. 중국 증시는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2거래일간 6% 이상 상승했지만 이날 외풍에 무릎을 꿇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에 추가 조정세가 나온다면 (코스피도) 동반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증시의 경우 향후 약 5%의 추가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포가 지수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혼조세를 보인 데 비해 신흥국 지수의 낙폭이 과했다는 것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 지수대는 공포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상황”이라며 “개선될 ‘트리거’(반등을 부를 방아쇠)가 당장은 안 보이지만 국내 증시의 경우 수급적 요인만 개선된다면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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