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미·중 무역전쟁 와중… 동남아 국가들 ‘어부지리 투자 붐’

미·중 무역전쟁 ‘탓’에 전 세계에서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무역전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폭탄 공세를 피해 기업들이 이들 국가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어부지리’ 투자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트남의 경우 올 들어 9월까지 제조업 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한국 효성그룹이 투자한 12억 달러 상당의 폴리프로필렌 생산 프로젝트를 비롯한 외국기업 투자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태국은 올 1월부터 7월까지 제조업 유입이 거의 5배 늘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증가했다. 태국은 같은 기간 FDI가 8억6100만 달러로 1년 전(1억4400만 달러)에 비해 5배 폭증했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을 대체하는 기업의 생산거점 기지로 급부상하는 이유는 뭘까. 통신은 ‘관세 피난처’로서뿐 아니라 생산 비용이 저렴한 데다 지정학적 위험도 적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 말 진행된 한 서베이에 따르면 중국 내 외국기업 430곳 가운데 3분 1가량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당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6.5%로 예상치(6.6%)를 하회하는 등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 상하이지수가 4.09%나 급등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중국 경제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등 향후 세계경제 성장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통신은 또 위험자산의 추세가 변할 수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국제 금 가격이 장기간 하락에서 벗어나 8월부터 반등하고 있는 점, 최근 미 국채 금리가 8월 말 연 3%를 돌파한 이후 3.2%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 등이다. 투자자들이 향후 위험자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