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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전정희] #돌맞는사마리아인



소설가 공지영이 배우 김부선과 경기도지사 이재명 간의 싸움에서 김씨를 옹호하고 나섰다가 여론의 응원과 지탄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 작가와 김씨의 통화 녹취 파일이 최근 유출됐다. 그러자 공 작가가 SNS를 통해 유출 경위를 설명했다. 자신이 통화 파일을 건넨 이에게 비밀 엄수 확약을 받았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그는 “광기 어린 공격이 자행되고 있는데 이 악의들을 다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히고 글 말미에 ‘#사마리아인, #돌맞는사마리아인’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해시태그는 게시물의 정보를 한데 묶는 꼬리표 기능, 즉 제목과 같은 구실을 한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예수가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엘리트 율법 교사의 사악한 질문에 답한 성경 예화이다. “주여 내가 어찌해야 영생을 얻습니까.” “율법에 뭐라 기록되었느냐.”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자신같이 사랑하라 하였나이다.” “네 대답이 옳다. 그리 살아라.” “그러면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

예수는 강도당해 죽기 직전인 어떤 사람에 대한 예를 든다. 그 율법 교사와 같은 신분의 제사장과 레위인은 죽기 직전의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친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천하다 경멸당하던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자를 살린다. 자기 주머니를 털어 보살피고 돈이 모자라면 돌아와 갚겠다고까지 한다. 예수는 “이 중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냐” 묻고 “자비를 베푼 자이니이다”라는 답을 듣는다. 그리고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고 돌려보낸다. 사마리아인은 자비를 베풀었다. 죽기 직전의 사람을 가엾게 여기고 사랑으로 감싼 것이다. 자력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손길이었다.

오늘날 이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율법 교사의 눈높이에서 다뤄지다보니 스스로의 자비를 스펙으로 쌓고 그것을 스토리텔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한 자비는 정치판과 닿으면 ‘위선 논란’이 되고 만다. 작가 권정생의 동화 ‘몽실언니’에서 어린 몽실이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를 가엾게 여겼던 사마리아인 언니의 답. “몽실아,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본 사람도 사람으로 만났을 땐 다 착하게 사귈 수 있어. 그러나 신분이나 지위나 이득을 생각해서 만나면 나쁘게 된단다.” 공 작가는 김부선씨를 이 사건을 통해 처음 봤다고 한다. 다만 김씨가 자력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몰랐던 듯하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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