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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명으로 불어난 ‘中美 엑소더스’… 트럼프 벽 넘을까

미국으로 향하는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21일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서 작은 트럭을 얻어 타고 손을 흔들고 있다. [AP]





되풀이되는 폭력과 범죄, 헤어나기 힘든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향하는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 수가 21일 7,000명까지 불어났다. 불과 열흘 전 온두라스 북부의 산페드로 술라에서 주민 160명으로 시작됐던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은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지나면서 이제는 거대한 파도가 됐다.

캐러밴은 당초 온두라스 국민들이 시작이었다. 이들이 이동하면서 중간에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국민까지 대거 합류했고, 이민자 행렬 중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멕시코 경찰이 한때 남부 국경도시 시우다드 이달고의 다리를 봉쇄하는 바람에 이들은 헤엄을 치거나 뗏목을 이용해야 했지만 북상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사막을 오가는 상인들을 뜻하던 캐러밴은 이제 희망을 찾아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통칭하는 단어가 됐다.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 도착한 이들에게 남은 것은 계속 미국을 향해 북으로, 북으로 가는 것이다. 남편과 두 살 아들, 8개월 딸과 함께 캐러밴에 합류한 온두라스 출신 마리아 로드리게스(17)는 “우린 미국으로 가야 한다. 그들이 막고 다시 돌려보내도 우리는 다시 올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온두라스 출신의 다른 남성도 “오직 신만이 행렬을 멈출 수 있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이들의 희망은 미국 또는 멕시코에서 합법적인 이민 또는 난민 지위를 얻는 것이다.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온두라스는 최근 실업률이 27.5%까지 치솟는 등 경제까지 파탄지경이다. 공권력이 붕괴된 엘살바도르에선 갱단이 국민들을 무차별 약탈하고 있고, 과테말라도 폭력과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 잃을 것도 없다는 절망감이 이들을 북쪽으로 이끄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민자 행렬이 중단되지 않으면 병력을 동원해 국경을 차단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 또 멕시코와 과테말라 정부에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연일 엄포를 놓고 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나 “이민자 행렬 중 다수가 범죄자다. 이들이 일으키는 폭력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원칙이 캐러밴 규모를 급격히 늘렸다는 분석도 있다. 얼마 전 중미 국가로 강제추방당한 이민자들이 이번 행렬을 기회 삼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민자 행렬 중에는 얼마 전 추방됐던 불법이민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5개월 전 미국에서 추방당했던 한 온두라스 여성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에 남은 6살 아들을 만나기 위해 행렬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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