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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카슈끄지 진실 23일 공개” 사우디, 살해 덮으려 대역까지 동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1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통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당했다. AP뉴시스


독일이 대(對)사우디 무기 수출 중단을 선언하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사우디를 겨냥한 국제사회 제재가 현실화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카슈끄지 사건의 진상이 완전히 규명될 때까지 사우디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2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은 지난달 사우디에 4억1600만 유로(약 54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승인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무산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사우디와 맺은 150억 캐나다달러(약 12조9300억원) 규모의 경장갑차 판매 계약 취소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도 카슈끄지를 살해한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 판매 중단은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 중진들까지 무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교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며 왕세자 교체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사우디 정부 자체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3일 열리는 집권 정의개발당 의원총회에서 카슈끄지 사망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며 “적나라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친정부 일간지 예니 샤파크는 카슈끄지 살해 현장에 있던 사우디 왕세자 경호원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가 사건 당일인 지난 2일 왕세자실로 네 차례 전화한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은 거짓 해명인 셈이다. 사우디 암살팀이 카슈끄지의 대역을 만들어 그가 영사관에서 무사히 나온 것처럼 꾸민 정황도 포착했다. CNN방송은 사건 당일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갈 때 입은 것과 같은 옷을 입은 남성이 영사관 뒷문으로 나오는 모습이 담긴 감시 카메라 영상을 공개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2∼23일 사우디를 방문해 이란 원유 제재에 대한 공조를 논의하기로 했다. 므누신 장관은 취재진에게 자신의 방문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양국 관계는 카슈끄지 피살 의혹으로 탈선하기엔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유가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의를 표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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