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임청각, 일제강점기 이전으로 복원

임청각의 현재 모습. 문화재청 제공
 
1763년 문집 '허주유고' 속 동호유람에 나타난 모습. 문화재청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사회 지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언급했던 경북 안동의 고택 임청각(臨淸閣·보물 182호)이 일제 강점기 이전 모습으로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경상북도·안동시와 함께 앞으로 7년간 예산 280억원을 들여 임청각을 복원·정비한다고 22일 발표했다.

고성 이씨 종택인 임청각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石洲) 이상룡(1858∼1932)의 생가다. 석주가 항일독립투쟁 과정에서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이 집을 내놓기도 하는 등 애환의 역사가 깃든 곳이자, 그를 비롯해 9명의 독립투사가 배출된 역사적 장소다. 석주는 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 식솔을 이끌고 만주 망명길에 올라 독립운동에 여생을 바쳤다.

일제는 중앙선 철로 개설(1914)을 이유로 99칸 대저택이었던 임청각을 훼손했다. 마당 한가운데 철길이 나고 행랑채 등 부속 건물 50여칸이 철거되며 오늘날의 기형적인 모습이 된 것이다. 임청각에 얽힌 비사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여주인공 고애신(김태리)의 할아버지 고사홍 캐릭터에 모티브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임청각과 그 주변을 가급적 일제 강점기 훼손되기 이전의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이상룡의 조상인 이종익(1726∼1773)이 1763년 발간한 문집 ‘허주유고’ 속 임청각과 주변 정경을 묘사한 그림인 ‘동호해람’, 1940년을 전후해 촬영한 사진과 지적도 등 각종 고증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다.

앞마당을 가로지르는 중앙선 철로의 이전과 철거는 2020년까지 완료된다. 철로 철거 이후 2021∼25년 임청각 주변의 멸실된 분가(출가한 자식들의 가옥) 3동의 복원, 훼손된 주변 지형과 나루터 복원, 기념관 건립과 주차장, 소방시설 등 관람·편의시설 재정비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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