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돔 잡더니… 켑카, 제주서 ‘CJ컵+세계 1위’ 낚았다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브룩스 켑카가 21일 제주도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에서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새 시즌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JNA골프 제공
 
대회 열리기 전 제주 앞바다에서 51㎝짜리 황돔을 잡은 뒤 “낚시 결과가 행운을 가져다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켑카는 자신의 바람대로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며 행복한 한 주를 보냈다. CJ그룹 제공


브룩스 켑카(28·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5번째 우승, 생애 첫 세계랭킹 1위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PGA 투어 올해의 선수가 ‘더 CJ컵 @ 나인브릿지(이하 CJ컵)’에서 우승하는 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켑카는 21일 제주 서귀포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CJ컵 마지막 라운드에서 7언더파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챔피언에 올랐다. PGA 투어 2018-2019 시즌 첫 출전 경기에서 우승하면서 우승상금 171만 달러(약 19억3600만원)와 한글로 출전 선수 78명의 이름을 새긴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22일 발표 예정인 세계랭킹 순위에서도 3위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됐다. 켑카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 2위에 4타 앞선 채 경기를 시작한 켑카는 게리 우드랜드(34·미국)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켑카는 전반 9개홀에서 3개의 버디를 기록했지만 보기도 2개 기록해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반면 켑카에 5타 뒤진 채로 경기를 시작한 우드랜드는 전반에만 6타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켑카가 주춤한 사이 우드랜드는 13번홀에서 12m가 넘는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15언더파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켑카는 오히려 경기에 더 집중했다. 12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달아나더니 13번홀(파3)에선 티샷을 홀컵 바로 옆에 붙였다. 우드랜드도 물러서지 않았다. 15·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다시 켑카와 동타를 이뤘다.

이에 켑카는 보란 듯이 15·16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적어냈다. 특히 16번홀 버디 칩샷은 티샷이 벙커에 빠지고, 두 번째 샷도 러프에 떨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나온 이번 대회 최고의 샷이었다. 켑카의 칩샷은 깃대 왼쪽으로 향했으나 경사를 내려가면서 홀을 향했고, 깃대를 맞은 후 홀컵으로 사라졌다. 대회 내내 별다른 감정 표현 없이 경기했던 켑카였지만 이 순간만은 오른 주먹을 힘차게 쥐며 활짝 웃었다. 추격 의지를 상실한 우드랜드는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켑카는 18번홀을 이글로 마무리하며 우드랜드에 4타 앞선 채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켑카는 경기 후 “6년 전 프로 생활을 시작할 때 누군가 내게 ‘6년 뒤 너는 세계랭킹 1위 선수가 될 것이다’고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 같다”며 “상상할 수 없는 꿈을 이룬 기분이다”고 기뻐했다. 승부처였던 16번홀 칩샷에 대해선 “캐디가 평소 그런 말을 잘 안 하는데 ‘이번엔 꼭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들어가는 순간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2회째를 맞은 CJ컵은 지난해 PGA 투어 올해의 선수였던 저스틴 토마스(25·미국)가 우승한 데 이어 올해의 선수가 연속해서 우승한 진기록도 세웠다. 4일간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보기 위해 지난해(3만5000명)보다 많은 4만1000여명의 갤러리가 다녀갔다.

서귀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