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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여파 中 기업 국유화 확 늘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 주식을 매입해 국유화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외견상 정부가 기업들에 자금을 긴급 수혈하는 형식이지만 중국에서 시장경제가 후퇴하고 ‘국가 통제’가 강화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지난 17일 현재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민영기업 가운데 최소 32곳의 경영권이 정부로 넘어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이들 32개 기업 가운데 6곳은 중앙정부에, 나머지 26개 기업은 지방정부 또는 그 산하기관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특히 지난 9월 이후에만 모두 14개 사기업이 경영권을 정부에 넘겨 미·중 무역전쟁으로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의 현실을 반영했다.

올 들어 선전종합지수는 무역전쟁 여파로 연초 대비 33% 급락하면서 약 7조6000억 위안(1240조원)이 증발했다. 주가 폭락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기업들의 자금난을 악화시켰다.

중국 기업들은 증시가 활황이던 2014∼2015년 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 은행, 보험사 등에서 대출을 받았다. 이는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 들어 국영기업 중시 분위기와 부채감축 정책 탓에 금융기관이 민간기업들의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빚어진 현상이기도 하다. 현재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된 주식 가치는 4조5000억 위안(735조원)에 달한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한 3491개 기업 중 13곳을 제외하고 모두 주식 담보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 증시 폭락으로 주식의 담보 가치가 떨어지자 금융기관들이 대출 상환 또는 추가 담보를 요구하면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됐다. 따라서 기업들은 정부에 주식을 헐값에 팔아 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방 정부들도 긴급 자금을 조성해 부실기업 구제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국유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중국 내에서 벌어진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에 힘 실어주고 민영기업은 서서히 퇴진한다) 논란과 맞물려 주목된다. 중국 금융칼럼니스트인 우샤오핑이 인터넷에 ‘중국의 민영기업은 역할을 다했으니 이제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국진민퇴 논란이 가열됐다.

특히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갑작스러운 은퇴 계획을 발표하고, 우샤오후이·샤오젠화·예젠밍 등 중국 재계의 거물들이 잇따라 숙청되면서 국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국가자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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