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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현길] 조 잭슨



조 잭슨은 타고난 타자였다. 가난으로 학교에 가지 못해 문맹이었던 그는 야구에서 새 인생을 찾았다. 미국 메이저리그 13시즌 동안 3할5푼6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3위 기록이다. 타이 콥에 밀려 타격왕은 번번이 놓쳤지만 베이브 루스가 “그의 타격을 따라했다”고 할 정도로 명타자였다. 명예롭게 은퇴했다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동료 7명과 함께 그라운드를 영원히 떠나야 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악의 스캔들인 ‘블랙삭스 스캔들’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8명은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에 지기로 했고, 그 결과 화이트삭스는 3승 5패로 우승을 놓쳤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63년 출간된 ‘여덟 명의 제명된 남자들(Eight Men Out)’과 이를 토대로 한 동명의 영화에 잘 그려져 있다.

내년이면 발생 100년이 되는 사건이지만 일부 선수의 승부조작 실행 여부와 이들에 대한 처분의 적절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한때 5000달러를 받았다고 자백했던 잭슨은 월드시리즈 8경기에서 3할7푼5리의 맹타를 날렸다. 3루수 벅 위버도 승부조작을 알았지만 실행하지 않았다고 항변했고, 그의 활약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재판에서 배심원이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는 이런 사정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8명이 영구 제명된 것은 케네소 마운틴 랜디스 메이저리그 초대 커미셔너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는 무죄 판결 하루 뒤 “승부를 조작하려고 약속한 선수, 도박사나 부정한 선수와 조작 방법을 협의한 선수, 구단에 이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은 선수 모두 영원히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추락한 메이저리그의 신뢰 회복과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K리그2(2부리그) 아산 무궁화의 이한샘은 승부조작 제안을 거절하고 이를 신고해 7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축구계 선배의 제안을 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고까지 했다. 거절하는 선에서 멈췄다면 다른 선수에게 제안이 이어지고 승부조작이 실행됐을지 모를 일이다. 동료 선수와 프로축구를 보호했다는 점에서 그의 행동은 높게 평가 받을 만하다. 특히 프로축구는 2011년 승부조작이 적발돼 선수 40명을 무더기로 제명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의 선택과 용기가 더욱 커 보인다.

김현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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