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콘서트 예매하기 ‘피케팅’… 취소표 구하려 밤새 ‘새로고침’



경기도 일산에 사는 직장인 A씨(48)는 최근 걸그룹 트와이스의 콘서트 표를 예매하기 위해 가족뿐 아니라 직장 동료까지 동원했다. “예매시간이 학교 수업시간과 겹치니 대신 표를 구해 달라”는 고교생 아들의 부탁 때문이었다. 티켓 판매 시작 시간에 맞춰 예매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결제 화면이 정지하는 등 진행이 안 돼 발만 동동 구르다 몇 분 만에 매진을 확인했다. 취소표가 밤 12시쯤부터 풀린다는 얘기를 듣고 A씨 가족은 밤잠을 설쳐가며 ‘새로고침’ 버튼을 클릭해 겨우 티켓을 샀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표를 구하는 것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팬들은 이런 치열한 예매 전쟁을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라고 부른다. 3년째 한 남성 아이돌 그룹에 빠져 있는 김모(28·여)씨는 “아무리 손이 빨라도 ‘매크로’(정보를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를 쓰는 업자를 이길 수 없다”며 “취소표를 위해 밤을 새우는 건 기본”이라고 했다. 프리미엄이 붙은 티켓을 구입하거나 현장판매 부스 앞에서 전날부터 기다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는 암표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진다. 18일 현재 ‘티켓베이’에는 20일 열리는 가수 태연의 콘서트 티켓이 공식 판매가의 3배인 33만원에 올라와 있다. A씨가 예매한 트와이스 콘서트도 5만5000원이던 티켓 가격이 90만원으로 뛰었다.

팬들의 간절함을 노린 ‘티켓사기’도 극성이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날 인터넷 카페나 트위터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티켓 등을 판매한다고 속여 1327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이모(21)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BTS, 엑소, H.O.T. 등 아이돌의 콘서트 표를 원가에 판다고 속여 돈을 챙겼다. 타인이 결제한 티켓 화면을 인터넷에서 캡처해 마치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 이씨는 일부 사기행위가 발각된 이후에도 트위터 아이디를 바꾸며 범행을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가 시작된 후에도 범행을 계속했고 동종 전과가 있는 데다 나중엔 수사에 응하지 않고 도주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온·오프라인상 암표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오는 24일 BTS가 참석하는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의 표가 최대 150만원에 팔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행사인 이 시상식 표는 무료로 배포됐다

김 의원은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을 주최하는 문체부가 암표를 단속해도 모자랄 판에 암표상들 배만 불려주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통해 현황이라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은 이형민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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