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천재 사기꾼’ 내면 연기… 조각 외모는 덤

OCN 드라마 ‘플레이어’에서 다양한 면모를 지닌 천재 사기꾼 강하리 역을 소화하며 연기력을 입증한 배우 송승헌. CJ ENM 제공


배우 송승헌이 달라졌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멋진 남자’ 이미지를 벗어나 ‘천재 사기꾼’이 돼 돌아왔다. OCN 주말드라마 ‘플레이어’(연출 고재현, 극본 신재형)를 통해서다. 이번 연기 변신을 통해 그간의 연기력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중견 배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플레이어’는 사기꾼과 드라이버, 해커, 파이터 등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 불리는 4명의 ‘꾼’들이 한데 뭉쳐 부패한 권력 집단의 검은돈을 터는 과정을 그린 액션물이다. 비리로 얼룩진 권력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점에서 ‘의적(義賊)’을 연상케 한다.

플레이어의 중심에는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맏형 강하리가 있다. 수려한 외모와 재치 있는 언변에 더해 타고난 배짱까지 지닌 인물이다. 이 배역을 맡은 송승헌은 언제나 그랬듯 눈부신 외모로 화면을 채운다. 멋들어진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걸친 그는 불법 도박판부터 물류 적재장까지 비리가 있는 현장 곳곳에서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다.

물론 그저 멋있기만 한 건 아니다. 대학생 때 사법고시를 패스한 강하리는 잠입을 할 때면 엘리트 검사와 경찰, 택배 기사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송승헌은 이런 여러 직업군의 캐릭터를 연기의 톤을 바꿔가며 생생히 표현해 낸다.

유독 눈에 띄는 건 그의 섬세한 내면 표현이다. 극 중 강하리는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그가 최수혁이란 본명을 버리고 강하리가 되기로 결심한 건 존경받던 검사인 아버지 최현기(허준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송승헌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잊지 않는 능청스러운 강하리와 비밀스러운 슬픔을 간직한 최수혁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드라마에 몰입감을 더한다.

송승헌에게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추가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드라마 ‘가을동화’(2000)를 비롯해 ‘여름향기’(2003), ‘에덴의 동쪽’(2008), 영화 ‘인간중독’(2014) 등에서 그는 언제나 순애보의 주인공이었다. 비슷한 연기의 반복은 작품마다 연기력 논란이 일게 한 원인이 됐고, 뛰어난 외모는 되레 독이 돼 연기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배경이 됐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왔다. 백범 김구의 청년 시절을 그린 영화 ‘대장 김창수’(2017)에서는 일본의 편에 선 감옥소장 강형식 역을 맡아 데뷔 21년 만에 첫 악역에 도전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2017)에서는 사극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고, ‘블랙’(2017)을 통해 장르물까지 연기 외연을 넓혔다. 특히 ‘블랙’에서는 코믹함과 진지함을 오가는 저승사자 역을 소화해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작품을 통해 송승헌의 연기력이 한 단계 성숙해졌다고 분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초반 작품들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계속 이어져 온 측면이 있다”며 “이전과 달리 그간 맡았던 역할과 축적된 경륜이 함께 녹아들어 어두움과 밝음을 오가는 모습을 완숙하게 표현해냈다”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