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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가 사람 죽였다"... ‘공공의 적’ 지목돼 거센 후폭풍




경기도 김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인터넷 ‘맘카페’(육아 등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마녀사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알려지면서 “맘카페가 사람을 죽였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감정 쏠림을 표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포 맘카페 사건은 최근 어린이집 나들이 행사에 간 A씨가 돗자리를 털다가 자신에게 안기려던 원생 1명을 밀쳤다는 목격담에서 시작됐다. A씨의 주변인은 피해 아동 학부모와 A씨가 오해를 풀었음에도 아동의 이모라는 B씨가 맘카페에 글을 올리며 사건이 커졌다고 했다. 어린이집 명칭과 A씨의 신상정보가 회원들 사이에 오르내렸다.

이틀 뒤인 지난 13일 A씨는 자신이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자살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17일 기준 8만명이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공간의 보편적 특성인 ‘정보 왜곡’이 비극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여기에 지역성이 결합됐다. 지역 단위로 세분화된 맘카페는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연대 의식이 강하다. 이는 잘못된 정보에도 쉽게 동조하고 휩쓸리게 만드는 기제 역할을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맘카페는 아이를 키운다는 동질감과 신뢰감으로 모인 커뮤니티다. 집단응집력이 커질수록 ‘우리’와 ‘타인’이라는 극단적인 편 가르기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맘카페를 통해 엉뚱한 특권 의식을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맘카페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모성’과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이 합쳐진 집단”이라며 “육아의 경험을 특권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기대 소비자 갑질을 정당화했던 소수의 문제가 맘카페에 대한 비난을 키웠다”고 말했다.

맘카페 회원들이 유난히 더 감정쏠림 현상을 보이게 된 배경에 어린이집 아동학대나 비리 사립유치원 등 사회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의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맘카페에 더 의존하고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맘카페는 지역사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주기능이기 때문에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회원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조정하거나 검증하는 문제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김포 맘카페 사건이 맘카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국민청원 게시자는 “이제는 맘카페에서 선동한 사람을 찾아내 또다른 신상털이와 마녀사냥이 시작될 것”이라며 “네티즌이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감정을 호소하며 단합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런 식의 인권 유린을 막아 달라”고 주장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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