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카슈끄지 암살단 15명 중 7명 신원 드러나…“사우디 왕세자 경호원·근위대원 포함”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살해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이 9일 공개됐다.


터키 경찰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보기관이 법의학자와 근위대원, 왕세자 경호원으로 팀을 꾸려 카슈끄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터키 경찰이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수색해 카슈끄지 살해 증거를 찾아냈으며, 시신은 훼손된 후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터키 친정부 언론 예니 샤파크는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카슈끄지가 손가락을 잘리고 참수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도 카슈끄지가 영사관 내 총영사 집무실에서 서재로 끌려가 주사기로 독성물질을 투여당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터키 경찰은 전날 영사관 내부 곳곳에서 새 페인트로 도색한 흔적을 발견했다.

용의자들의 이름과 신분도 확인됐다. 터키 경찰은 암살팀 15명 중 7명의 여권 사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 중 한 명인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경호원이라고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스페인, 프랑스 방문 당시 무트레브가 수행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도 공개됐다. NYT는 용의자 중에 사우디 내무부 소속 법의학자 살라흐 알 투바이지와 근위대원 무함마드 사드 알 자라니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CNN은 이들이 빈 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정보기관인 정보총국(GIP)의 고위관리가 보낸 팀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전히 사우디를 두둔했다. 그는 “이것은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당신은 유죄라는 것”이라며 “나는 그런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에게 제기됐던 성폭력 의혹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사우디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속단하지 말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사우디 국왕과 면담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사우디 측에 실종사건을 완전하게 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끝내 보호하려드는 것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11월 5일부터 이란 석유제품 수입금지 등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이란을 제재하면서 국제유가도 안정시키려면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