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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 덮친 세계 경기



글로벌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세계 경제 확장세’가 끝난다는 진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미·중 무역전쟁이 원인으로 꼽힌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징조다.

경기 비관론은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뚜렷하게 감지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세계 경제를 가장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가 이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가운데 85%는 “세계 경제가 경기 확장 사이클의 말기(late cycle)를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종전 최고치였던 2007년 12월보다 11% 포인트나 더 높다. 향후 1년간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응답은 38%였다.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펀드매니저들은 미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지목했다.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5.1%로 높았다. 이번 조사는 미 증시가 기술주 급락 등의 영향으로 5% 이상 추락했던 지난 5∼11일 진행됐다.

주요 경기지수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17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글로벌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난 15일 기준 -6.0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월까지 30을 넘었었지만 4월부터 마이너스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수가 0보다 낮으면 실제 경제지표 발표치가 시장 전망치보다 나쁨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7월까지 10개월 연속 플러스였지만 지난 8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독일 리서치그룹 센틱스의 글로벌 경기체감지수도 하락세다. 지난 2월 30포인트까지 상승했지만 이달 12.8까지 내려갔다. 현재 체감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표에서도 경기 비관론의 신호들이 감지된다. 올해 2분기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57%(전년 동기 대비)로 1분기보다 0.06% 포인트 떨어졌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1분기 확장 국면에 있었으나 둔화 쪽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로 추산했다. 지난 7월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낮췄다.

여기에다 세계 경제의 둔화를 늦출 만한 요인이 많지 않다. 그나마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차근차근 실행 중이고, 국제유가 상승도 기업들의 비용을 높이고 있다. 미국 기업 실적 호조를 도운 감세 효과의 약발도 떨어지고 있어서 내년 실적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이 우려된다”며 “기업 투자 유도 방안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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