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합숙해야 엘리트체육? 방과 후 즐겁게 테니스 배워요

부산거점스포츠클럽 엘리트반 선수들이 지난 15일 부산 동래구 부산종합실내테니스장에서 진행된 방과 후 테니스 수업 중 일렬로 서서 라켓을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다. 부산=윤성호 기자
 
김경원 전임 지도자가 지난 15일 부산 동래구 부산종합실내테니스장에서 부산거점스포츠클럽 테니스 엘리트반 선수를 한 명 한 명 지도하고 있다. 부산=윤성호 기자


“선생님이 하는 것을 보고 한 명씩 차례로 공을 쳐보는 거야. 알겠지?”

테니스 라켓을 쥔 지도자가 직접 서브 자세를 취해가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코트 끝 라인을 따라 일렬로 선 아이들은 지도자의 구령에 따라 네트 너머 반대편 코트로 힘차게 서브를 꽂아 넣었다. 목표지점에 떨어진 테니스공들은 차례로 코트 위 흙을 튕겨낸 뒤 솟구쳐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지난 15일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부산종합실내테니스장. 방과 후 테니스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눈과 몸으로 공 하나하나를 쫓아가며 비지땀을 쏟고 있었다. 생활체육으로 입문했다가 테니스 선수를 꿈꾸게 된 부산거점스포츠클럽 소속 엘리트반 선수들이었다.

김연우(11)양은 1년 전 처음으로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어머니의 제안에 따라 취미로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양은 “소질을 찾은 것 같아 제대로 테니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재미있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 클럽은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거점 K-스포츠클럽 공모사업’을 통해 지난해 5월부터 테니스 수업을 시작했다. 초·중·고 생활체육과 엘리트 선수를 함께 육성하고, 다양한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현재 부산, 광주, 전북 남원 3개 지자체에서 거점스포츠클럽을 운영 중이다. 클럽은 연간 8억원씩 총 24억원(2017∼2019년)의 국비 지원을 받고, 국가대표 출신 지도자들이 직접 체육활동을 지도한다.

김경원 전임 지도자는 “기존 엘리트체육은 합숙이라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있지 않나. 여긴 방과후수업이라 공부에도 지장이 없고, 실내여서 큰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학생 부모들도 언제든 수업을 참관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봐 주신다고 귀띔했다.

총 10개 코트를 보유한 이곳 테니스장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실내인데도 모든 코트 바닥이 흙으로 구성된 클레이 코트다. 생활체육반은 주 2회 1시간씩, 엘리트반은 주 5회 2시간씩 테니스를 배운다. 총 120명의 선수가 클럽에서 활동 중인데, 취미로 시작한 생활체육반에서 소질을 보이면 테스트를 거쳐 엘리트반 수업을 받는 시스템이다. 엘리트반은 한해 평균 10개 대회, 생활체육반은 2∼3개 대회에 출전한다.

클럽의 1차 목표는 아이들에게 테니스의 매력을 알리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김 지도자는 “테니스가 ‘하나의 놀이’라는 것을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가르친다. 아예 공을 못 넘기던 아이가 랠리를 50∼100개씩 해낼 때, 쉬라고 하는데도 더 하겠다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춘기를 앞둔 아이들을 지도하기에 신경을 쓸 부분도 많다. 그는 “테니스는 단체운동이고 매너를 중시하는 종목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게 중요해서 인성교육도 병행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서로를 놀리다 기분이 상하거나, 승부욕이 넘쳐 스코어나 인아웃 콜을 속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김 지도자는 아이들을 타이르고 눈높이에 맞춘 스포츠맨십 교육을 통해 상황을 해결한다.

갓 테니스에 입문한 생활체육반에선 ‘매직 테니스’ 수업이 열린다. 코트 규격이 축소된 데다 레드볼(스펀지 소재)을 사용하기에 다칠 염려가 없어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쓰는 전용 라켓은 손잡이가 짧고, 공이 맞는 면이 넓어 볼 처리가 쉽다.

매직 테니스 수업을 진행 중인 김민정 보조 지도자는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시키면 아이들이 힘들어해서 휴식을 자주 부여한다. 놀이 위주로 감을 익히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매직 테니스는 종목의 장점과 즐거움을 알려주고 성인이 돼도 테니스를 찾도록 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클럽은 우리 지역사회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목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생활체육은 모든 엘리트 스포츠의 ‘뿌리’라는 인식이 있고, 날이 갈수록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김동수 클럽 행정 담당자는 “생활체육 클럽에 성적 등의 단기적 성과만 기대하기보다는 활성화 단계까지 중장기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생활체육을 바탕으로 한 선진형 스포츠 육성을 위해선 재정은 물론 제도적 측면에서도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

부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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