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범이는 순종적 악바리… 끈기·욕심은 원동력”

정갑석 전 부천 FC 감독(왼쪽)은 충남기계공고 사령탑 시절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오른쪽)을 지도했다. 정 전 감독은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독한 승부근성을 갖춘 황인범은 늘 축구만 생각하는 선수였다”고 기억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뉴시스


황인범(22)은 벌써부터 기성용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중원을 이끌 기대주로 불리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창의적 패스와 공격적 돌파로 관심을 모은 황인범은 17일 열린 첫 A매치 선발 출장에서도 데뷔골을 쏘아 올리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충남기계공고 시절 황인범을 지도한 은사 정갑석(49) 전 부천FC 감독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황인범은 순종적인 악바리”라며 “끈기와 욕심이 인범이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황인범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독한 승부 근성을 꼽았다. 팀 전체가 집중하지 못해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운동장을 계속해서 뛰는 소위 ‘뺑뺑이’ 훈련을 시켰을 때였다. 황인범은 다른 학생들이 한 시간 내내 뛰느라 지쳐서 처질 동안 끝까지 선두에서 뛰었다. 정 감독은 “그런 인범이를 보고 독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런 근성을 바탕으로 어떤 가르침이든 빠르게 숙지해 완벽하게 수행하려 했다.

고교 2학년 때 피로 골절 증상으로 6개월간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였다. 자칫 뜻하지 않은 휴식기에 슬럼프에 빠질 법도 했지만, 황인범은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다. 정 감독은 “인범이는 시합에 나서지 못해도 늘 축구 생각뿐이었다. 웨이트를 통해 근력을 키우는 등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황인범은 학창시절부터 상당히 당돌했다고 한다. 축구와 팀을 위해서는 누구에게든 할 말을 했다. 정 감독은 “고3때 주장이던 인범이가 찾아와 선수들이 연습 과정과 생활 태도에 문제가 있으니 이를 바로 잡아달라고 건의했다”며 “보통 선수들은 감독을 어려워하는데 인범이는 팀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개의치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불같지만 생활면에서는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의 어려움을 덜어줬다. 황인범이 주장을 맡고 나서는 막내들이 도맡던 빨래와 청소를 선후배가 함께했다. 정 감독은 “인범이와 함께 논의해서 악습을 폐지했다”며 “다른 선수들을 배려하고 잘 가르쳐서 후배들이 많이 따랐다”고 리더십을 칭찬했다.

황인범은 2002 한·일월드컵을 보고 자란 월드컵둥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엔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며 축구팀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겠다고 부모에게 요청했다. 황인범의 아버지 황서연씨는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집 앞 공터에서 인범이의 공차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축구밖에 모르던 소년이 어느덧 태극마크를 달고 2022 카타르월드컵의 주역을 꿈꾸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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