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 ‘궤도 이탈’… 동네북 된 전차군단

독일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그룹1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진 뒤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AP뉴시스
 
17일 프랑스와의 네이션스리그 경기에서 패하고 나서 아쉬워하는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 AP뉴시스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던 독일 전차 군단이 동력을 잃고 주저앉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맥없이 탈락한 데 이어 유럽 네이션스리그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술 부재와 세대교체 실패 등으로 올 한 해만 A매치의 절반 이상을 패하며 독일축구의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마저 나온다.

독일은 17일(한국시간)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리그A 그룹1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1대 2로 졌다. 전반에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에만 두 골을 내리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 러시아월드컵 한국전을 포함한 독일의 최근 5경기 전적은 1승 1무 3패로 초라하다. 올해 11차례의 A매치에서 6번이나 패했다.

몰락의 조짐은 월드컵 이전부터 나왔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브라질(0대 1)과 오스트리아(1대 2)에 연패했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멕시코와 한국에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겪었다. 네이션스리그에서는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한 네덜란드에게 0대 3으로 대패한데 이어 프랑스에 연이어 무릎을 꿇으며 1무 2패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자칫 리그A에서 B그룹으로의 강등 가능성마저 나오고 있다.

확실한 골게터가 없는 것이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원에서 빌드업해 기회를 만들어도 공격을 마무리할 선수가 없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독일은 공격 빈도나 점유율에 비해 골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르로이 사네가 측면에서 분발하고 있지만 중앙에서 이를 받아 결정지을 선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수비 불안은 더 큰 고민이다. 기계라고 찬사받던 조직력이 요즘 들어 허술한 압박 능력과 팀웍 부재, 잔실수로 무너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네덜란드전에서 내준 두 번째, 세 번째 골은 독일의 패스 미스와 탈압박 실패로부터 나왔다.

보수적 전술 운영도 문제다. 세계 최강이라 꼽히던 몇 년 전과 비교해 전술적으로 발전적 변화가 없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독일은 오랫동안 선수진과 전술적 틀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의 보수적 운영이 팀을 쇠락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이 세대교체의 실패로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이탈리아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2006년 독일월드컵 우승 이후 프란체스코 토티,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 스타들의 은퇴가 이어졌지만 이들과 바통 터치할 대형 선수를 배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2010년 남아공·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연속 탈락한 이탈리아는 러시아월드컵 때는 아예 본선 진출조차 못했다. 한 해설위원은 “독일도 필립 람 등으로 대표되던 황금세대가 내리막을 타고 있는 반면, 팀의 활력이 될 신예들의 발전은 더뎌 부활과 쇠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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