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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동서고금의 동물 명화 130여점, 책장 넘길 때마다 등장



17세기 일본의 화가 가노 단유가 그린 호랑이 그림이다. 역동성이 느껴지지만 왠지 모르게 익살스러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 작가 외에도 많은 화가들이 호랑이를 화폭에 담곤 했는데, 특이한 건 일본엔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오랫동안 일본의 화가들이 그린 호랑이 그림은 대부분 ‘상상화’였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대나무 숲속의 호랑이’라는 제목이 붙은 저 그림을 소개하면서 이런 설명을 곁들인다. “아예 날고 있는 범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날고 있는 것이 아니라 뛰고 있는 걸까? 점프력이든 비행력이든, 대단한 능력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한 편의 동화다. 달리 말해, 호환을 겪어보지 못한 어느 나라의 순진하고 발랄한 상상력이다.”

‘동물 미술관’에는 저렇듯 동물을 다룬 동서고금의 명화 130여점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차례로 등장한다. 김홍도나 신사임당 같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반 고흐, 앙리 루소, 존 제임스 오듀본 같은 외국의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그림 아래에는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작품을 설명해주는 짤막한 글귀도 실려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동물 미술관’이라는 미술관에 입장해 독특한 동물화들을 감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자연문학 작가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책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을 준비하는 내내 동물과 자연물 그리기에 관심을 기울였던 화가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들의 그림 한 폭 한 폭이 눈에 닿을 때마다 내 시선의 살, 정신의 살이 새로 돋았습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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