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앞서다 2실점 ‘와르르’… 벤투號 불안한 빌드업

박주호(왼쪽)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4분 선취득점을 올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숙제와 성과가 모두 뚜렷한 경기였다. 한국은 낙승이 예상되던 약체 파나마를 상대로 2골이나 내주며 발목을 잡혔다. 다만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젊은 피 황희찬과 황인범이 그라운드에서 각각 하나의 어시스트와 골을 기록하며 미래를 밝혔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나마와의 친선전에서 2대 2로 비겼다. 선발 라인업과 포메이션을 바꾼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전력 열세인 파나마를 상대로 출전 시간이 적었던 선수들을 대거 투입하며 ‘플랜 B'를 가동했다. 황인범과 박주호, 석현준은 처음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포메이션도 주로 쓰던 4-2-3-1에서 4-3-3으로 바꿨다.

전반 4분 박주호의 선제골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기대한 대로 경기를 지배하는 듯 했다. 황희찬이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중앙 수비를 제치고 어시스트를 올렸고, 박주호가 이를 슈팅으로 연결하며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첫 골을 어시스트한 황희찬은 이날 ‘황소’라는 별명답게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묵직한 돌파를 선보였다.

벤투 체제 아래에서 처음 선발 기회를 부여받은 황인범도 날카로운 전진 패스와 돌파로 공격의 중심에 섰다. 전반 31분 황인범은 손흥민이 수비를 이끌고 교란한 후 뒤로 내준 패스를 그대로 차 추가 골을 넣었다.

하지만 2골을 넣은 뒤부터 대표팀의 집중력이 갑작스레 흔들렸다. 전반 종료 직전 상대에게 내준 프리킥이 헤딩 골로 연결되며 첫 실점을 했다. 수비할 때 앞 뒤로 우리 선수가 있었음에도 순간적으로 파나마 선수를 놓쳤다.

김문환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하는 등 변화를 줬지만 오히려 선수들 간 호흡은 더욱 맞지 않고 실수가 속출했다. 특히 예상치 못하게 점수를 내주며 쫓기는 입장이 되자 벤투호 특유의 빌드업이 실종됐다.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다급해지자 부정확한 패스로 공격권을 날렸다.

결국 후반 3분 치명적 실수로 파나마에 동점골을 내줬다. 수비 진영에서 남태희가 백패스를 한다는 것이 상대 롤란도 블랙번에게 공이 연결됐고 결국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후 파나마에게 수차례 유효 슈팅을 허용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후반 중반 이후 황의조와 정우영, 장현수 등 벤투호에서 중용됐던 선수들이 연이어 투입돼 반전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상대의 헛발질이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연결됐을 위험한 장면도 연출됐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전반 35분까지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지만 이후 다른 쪽으로 진행됐다”며 “공을 돌리며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친선전에는 2만5556명의 팬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 대표팀의 인기를 보여줬다. 벤투 감독 데뷔 후 치른 친선전 4경기 모두 매진됐다. 한편 같은 날 일본은 홈으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불러들여 4대 3 승리를 거두었다. 우루과이는 동아시아 원정에서 2패를 안고 돌아가게 됐다.

천안=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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