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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은 신문·송환만 지시… 책임 없어” 몰고가는 사우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왕궁에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오른쪽)을 예방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관련 조사를 진행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리야드에 도착했다.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자국 정보기관원에 돌리되 왕실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 왕실은 단순히 카슈끄지의 신문(訊問) 또는 자국 내 송환을 자국 정보기관에 지시했으나 정보기관원의 미숙한 일 처리 혹은 일탈 행위로 카슈끄지가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사우디 내 일부 세력이 왕실에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을 벌였다는 해명이 나올 수도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진상조사를 위해 터키는 물론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정보기관원으로부터 신문을 받던 카슈끄지가 잘못돼 사망했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준비 중이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미 CNN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한 관리가 카슈끄지를 살해했지만 이 관리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친구라는 사실은 우연일 뿐이라는 내용도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WP에 “카슈끄지의 신문 또는 범죄인 인도를 승인한 사람은 빈 살만 왕세자”라며 “작전에 나선 정보 당국 관리는 비밀작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했으나 불행히도 무능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이 정보기관 관리가 모든 책임을 지되 왕세자를 포함한 왕실은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는 식의 시나리오가 작성 중이라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결국 카슈끄지 암살은 신문 도중 발생한 사고이며, 계속 제기됐던 ‘왕실 배후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통화한 뒤 “그가 진짜 알지 못했을 수 있다. 나에겐 범인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살인자(rogue killer)일 수 있는 것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6일 사태 논의를 위해 사우디에 도착해 살만 국왕과 면담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은 카슈끄지 실종과 관련, 살만 국왕이 철저하고 투명하며 즉각적인 조사를 지원해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빈 살만 왕세자와도 면담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미국과 사우디가 출구전략 수립에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날 선 비판에 원유 생산량을 조절하겠다며 반발하던 사우디는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사우디의 추가 생산능력과 노력이 없다면 유가는 세 자릿수를 넘을 것”이라며 “사우디의 이런 노력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사우디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이번 사건의 다른 당사국인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다. 터키 경찰은 이날 오후 사우디 측이 파견한 조사단과 함께 9시간 동안 사건 현장인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수색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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