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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포연’에… 베이징 맑은 하늘 사라졌다

베이징 중심가 전경을 지난 15일(왼쪽)과 9월 6일 촬영한 사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한동안 깨끗했던 베이징의 공기가 겨울 난방철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기 정체 등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당국이 미·중 무역전쟁 이후 경제 안정에 중점을 두고 환경 규제를 느슨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중국 대기질지수 사이트에 따르면 베이징의 대기질지수(AQI)는 지난 15일 한때 최고 248까지 치솟았다. AQI는 매우 나쁨(201∼300), 나쁨(151∼200), 민감군 영향(101∼150), 보통(51∼100), 좋음(0∼50)으로 구분된다. 베이징의 공기는 지난 13일부터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해 한때 하루 종일 회색 연무에 휩싸여 바로 앞 건물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심각했다. 15일 오후 비가 내린 뒤 어느 정도 개선됐지만 주말인 21일 다시 지수가 최고 243을 기록하는 등 당분간 대기오염이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월과 9월 베이징의 하늘은 중국 당국이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공개한 이래 가장 좋은 대기질 상태를 보였다.

중국 매체 신경보는 최근 베이징의 대기질 악화 이유에 대해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징진지(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의 공기가 정체되고 상대적으로 습도도 높아 빚어진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올겨울 베이징의 공기는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라 중국 정부가 경제 안정에 중점을 두고 석탄 난방이나 철강 생산량 제한 등 환경 규제를 느슨하게 하면서 공기가 계속 나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징진지 지역에서 오염물질 배출 업체들을 폐쇄하거나 가동을 제한하고 가정에서 난방용 석탄 사용도 금지하는 등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달 베이징 등 28개 도시의 겨울철 PM2.5 평균 농도를 1년 전보다 3% 안팎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는 당초 5% 감축 목표에서 후퇴한 것이다. 또 석탄을 연료로 하는 철강 업체들도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만 맞으면 공장 가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달 미국산 LNG에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서 LNG 수급 차질로 중국 가정에서 석탄 사용이 다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 당국은 그러나 대기오염이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와 헤어스프레이, 향수, 방향제 등 가정 배출 오염물질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민간에 책임을 돌리려 한다고 SCMP는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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