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지갑 닫는 中 중산층

중국 중산층이 주택 대출금 및 임대료 압박에 자녀 보육·교육비, 각종 의료비 부담에 허덕이는 등 돈에 쪼들리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갑을 닫고 저가 제품에만 돈을 쓰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자 중산층의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소비 여력이 없어 싼 제품에만 몰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중국 가계의 어려움은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말 중국 가계의 주택자금 대출 총액은 26조4000억 위안으로 전체 가계 부채의 57%를 차지했다. 베이징과 선전의 가처분소득 대비 집세 비율은 각각 58%와 54%에 달한다. 지난 8월 말 중국 가계의 미상환 소비자 대출은 전년 대비 29.1 %나 증가했다. 소비판매 증가율은 지난 5월 8.5%로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계속 소진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웨이(28)씨는 중국 월급으로 적지 않은 1만5000위안(245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매달 주택 대출금 8000위안, 부모 생활비 2000위안을 제외하고 5000위안으로 살아간다. 그는 5년 된 노트북을 그대로 쓰고 옷이 해어질 때까지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했다. 그의 아내도 한 달에 2만 위안을 벌지만 미래의 아기를 위해 모두 저축하기로 했다.

푸젠성 샤먼에 사는 워킹맘 팡모씨는 3년 전 아들을 낳기 전까지는 쇼핑과 미용제품 구매에 돈을 펑펑 쓰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들 영어유치원 학비만 1년에 1만3000위안이어서 새 차를 사자는 남편을 만류하고 있다. 교육비로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자신은 립스틱을 사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신탁회사 매니저로 지난해 세후소득이 26만 위안이었던 선웨이펑(29)은 아파트 대출금 월 1만1000위안 외에 다른 지출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 유럽 여행을 취소하고 액정이 심하게 깨진 휴대폰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 단속 탓에 소득이 30%나 줄었다고 했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좀 더 값싼 제품으로 쏠리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허베이성의 교사 자오유팡은 “유니클로가 세일을 하지 않는 한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 교육비와 미래 의료비 지출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인터넷에선 “음식배달 안 하고, 전자제품 업그레이드 안 하기” “오후에 차를 마시지 말고 다이어트에 시간을 이용하자” “택시 타지 않고 버스와 공유자전거 이용하기” 등의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