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후보자를 뽑는 경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수의 여성이 당선됐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패배를 지켜봤던 여성들이 적극 참여한 것이 원인이라고 LA타임스(LA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이번 경선에서 승리해 주의회 의원 후보가 된 여성은 3379명이다. 2016년의 2649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연방 상원의원 후보는 2012년 18명에서 22명, 하원의원 후보는 2016년 167명에서 235명으로 늘었다. 주지사 후보도 16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성 후보들의 수가 늘다보니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여성 후보가 출마해 맞대결을 벌이는 선거구도 25곳이다.

두 정당 여성 후보의 경선 통과비율은 차이가 컸다. 쿡폴리티컬 리포트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선에 나선 여성 후보 중 43%가 승리해 당 후보로 결정됐다. 반면 공화당 여성 후보 중에서는 13%만 경선을 통과했다.

여성 후보들이 이렇게 몰린 이유는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맞대결이 여성 정치지망생들의 관심을 크게 끈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기간에 여성 비하 발언을 남발했던 트럼프가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자 여성들이 정치 참여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LAT는 여성 정치지망생 후원단체 에밀리리스트에 등록된 여성 정치인 수를 분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후 몇 주간 1000명 이상의 여성이 공직 출마를 위해 사무실을 열었다”고 말했다.

여성 유권자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가 5건의 성추행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법관에 임명된 것이 계기가 됐다. CNN방송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63%는 이번 중간선거 때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대답했다.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가 얻은 여성 득표율 54%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CNN은 민주당이 영리하다면 단순히 이 물결을 탈 것이 아니라 여성들을 정치 최전선에 둬야 하며, 공직에 출마하는 여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