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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불길 뜨거운 인도

성폭행 피해 여성 프리야를 주인공으로 한 인도 만화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英 BBC 웹사이트>


지난해 10월 시작된 성폭력 고발운동 ‘미투(MeToo)’가 1년 만에 인도에서 폭발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인도의 여성 언론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방송 등이 9일 보도했다.

세계적인 미투운동 영향으로 인도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교육계와 영화계를 중심으로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들이 나왔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면서 이 운동은 흐지부지됐다. 올 들어 영화계에서도 몇몇 여배우들이 프로듀서와 감독의 고질적인 성상납 요구를 폭로했지만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 여배우들은 영화계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10월 초 여기자들과 여배우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해자들을 잇따라 고발하면서 인도의 미투운동은 다시 불붙었다. 계기를 만든 것은 유명 여배우 프리얀카 초프라 등이 소셜미디어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이 공격받는 현실을 비판하며 ‘생존자를 믿는다(#BelieveSurvivors)’ 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이와 관련해 2008년 유명 배우 나나 파테카르에게 영화 촬영 도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한 ‘미스 인도’ 출신 여배우 타누시리 두타 사건이 언론에서 재조명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두타는 성폭력 문제에 폐쇄적인 인도에서 용기있게 폭로했다. 그러나 상대 배우가 부인하면서 사건은 유야무야됐고, 두타는 마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 목격자들이 최근 증언에 나서면서 두타 사건은 다시 관심을 받게 됐다. 9월 말 고국을 방문해 당시 사건에 대한 법의 심판과 미투운동 지지를 호소한 두타의 인터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욱 확산됐다.

지난 4일 여성 코미디언 겸 작가 마히마 쿠크레자도 자신에게 외설적인 사진을 보낸 인기 코미디언 우스타브 차크라보티를 고소했다. 차크라보티는 잘못을 인정한 뒤 방송에서 하차했다. 이후 언론계와 영화계의 여성들이 앞다퉈 가해자를 실명으로 고발하며 미투운동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범죄 혐의가 제기된 대형 기획사 AIB의 공동창업자 탄마이 바트, 유력 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의 정치에디터 프라샨트 자 등 여러 분야의 거물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전의 인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도 여성언론인네트워크(NWMI)는 8일 굳건한 연대를 통해 인도의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에 맞서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NWMI 관게자는 “마침내 인도에서도 미투운동이 일어났다”면서 “미투의 물결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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