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딱충·할매미… 갈등 부추기는 ‘혐오 표현’ 순화 시급

8일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차별적 언어 학술토론회’에서 김연주 서울시 젠더전문관이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맘충(일부 개념 없는 아이 엄마), 틀딱충(틀니를 딱딱 거리는 노인들), 할매미(시끄럽게 떠드는 할머니)…. 날로 확산되는 ‘차별적 언어’를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에서 서울시 주최로 ‘차별적 언어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최근 혐오 표현으로까지 번지는 차별적 언어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별적 언어는 성·인종·장애·직업·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편가르기를 위해 쓰이는 말들이다. ‘계집’ ‘귀머거리’ ‘하층민’ 등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차별적 언어도 문제지만, 최근에는 혐오 표현을 담은 새로운 언어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차별 대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주부나 노인, 아이들까지 대상으로 삼아 혐오 표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회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 언어도 늘고 있다. 김연주 서울시 젠더전문관은 “차별 표현은 여성이나 장애인, 이주민 등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차별 표현을 규제하고 차별 문화를 개선하면 평등 문화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차별적 언어는 그 자체로 사람을 공격하고 존엄을 해치는 말이기 때문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차별의 의도나 강도를 기준으로 분류해 순화해야 할 말들과 아예 버려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별적 언어는 대립과 갈등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지만 일단 만들어진 후에는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수단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별적 언어를 시급하게 순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정복 대구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운 사회에 부정적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차별적 언어”라며 “차별적 언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 결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을 이해하면서 사용을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별에 대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없다면 언어 순화 노력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건범 대표는 “‘장애자’라는 용어를 ‘장애인’으로 바꿔 차별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과연 그러냐?”면서 “의식 개선과 현실 개선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올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차별적 행정 용어 순화에 나선 것은 참석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행정용어 9개를 선정해 올해부터 순화된 표현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정상인’은 ‘비장애인’으로, ‘결손가족’은 ‘한부모가족’으로, ‘미망인’은 ‘고(故) ○○○의 부인’으로 쓰는 식이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차별적 언어 등 행정언어 개선 사업을 벌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어문화운동본부 김슬옹 박사는 “언어 정책은 모든 정책의 시발점”이라며 “다만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가 연계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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