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개 빠른 로맨스 사극… 시청자들 ‘낭군앓이’

도경수 남지현 등 배우들의 호연과 달달한 사랑 이야기로 화제가 되고 있는 로맨스 사극 ‘백일의 낭군님’의 한 장면. tvN 제공


기억을 잃은 조선의 세자와 그와 얼떨결에 혼인하게 된 여인, 그 둘의 사랑 이야기가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연출 이종재, 극본 노지설)이다. 시청률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 2일 방송한 8회에서는 평균 시청률 9.2%(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드라마 중 정상을 차지했다.

로맨스 사극은 드라마가 선호하는 장르 중 하나다. MBC ‘해를 품은 달’(2012)과 KBS2 ‘구르미 그린 달빛’(2016)이 대표적이다. 왕조시대의 신분제도, 궁궐 내부의 미묘한 권력관계 같은 시대적 소재는 두 남녀 주인공이 나누는 사랑에 굴곡을 더하고, 그들의 운명적 사랑을 더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하지만 그만큼 ‘뻔하다’는 비판도 있다. 상투성을 극복하는 게 로맨스 사극의 과제가 된 이유다.

16회 중 반환점을 돈 ‘백일의 낭군님’은 이런 비판을 잘 피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는 세자 이율(도경수)과 조선 최고령 노처녀 홍심(남지현) 사이의 100일간의 로맨스를 그린다. 권력 암투로 인해 암살당할 뻔한 이율은 기억을 잃고 송주현이라는 마을로 흘러들어간다. 그곳엔 역적이란 모함을 받아 몰락한 양반 가문 출신으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자신의 첫사랑 홍심이 있다. 둘은 갑작스레 혼인을 하게 되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운명적 사랑과 권력 분쟁 등이 서사의 뼈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로맨스 사극과 특별한 차이점은 없다. 하지만 드라마 특유의 빠른 전개와 밝은 분위기는 줄곧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로맨스 사극의 기본 코드를 활용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유머러스한 요소들을 적절히 조화시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는 궁 안과 밖의 이야기를 빠르게 교차해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궁 안에서는 다음 세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권력 싸움이 벌어진다. 딸을 세자빈으로 두고 있는 좌의정 김차언(조성하)과 중전 박씨(오연아) 두 진영은 궁 안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피 보기를 두려워 않는다.

반면 궁의 바깥, 송주현은 웃음으로 가득 차 있다. 정체 모를 원득이란 사내가 돼버린 이율과 홍심 사이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는 물론 왁자지껄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시대극임에도 자세한 역사적 설명을 과감히 뛰어넘는 것도 이야기의 속도감을 키우는 요소다.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조성하와 왕 역의 조한철이 궁 안에서 무게를 잡아준다면, 송주현에서는 끝녀 역의 이민지와 구돌 역의 김기두 등의 배우들이 익살맞은 연기로 극의 긴장을 풀어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주인공을 연기하는 도경수와 남지현이다. 영화 ‘신과 함께’(2018) 등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도경수는 차가운 세자 이율과 천연덕스러운 원득을 넘나들며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한다. 남지현은 굳세면서도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홍심의 모습을 다채롭게 표현해 극의 몰입감을 더한다. 공 평론가는 “힘 있게 극을 끌어가는 젊은 두 배우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백일의 낭군님’의 뒤는 SBS ‘여우각시별’이 바짝 쫓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이 1위 자리를 공고히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균형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왔다”며 “두 주인공의 사랑이 결실을 맺고, 세자가 자리를 되찾는 과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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