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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립시키기’ 미국의 무역전쟁 2라운드

미국의 중국 압박이 점입가경이다. 그간 ‘관세폭탄’ 부과가 1라운드였다면 이번엔 다른 무역 파트너들을 동원해 중국을 따돌리는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이 중국과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미국이 이달 초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개정안에는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NME) 국가’와 무역협상을 할 경우 상대국에 통지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상대국들에 (비시장국가와의) 무역협상 세부사항 공개를 요구할 수 있고, 협상 체결 시 미국이 나프타를 떠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비시장경제’는 중국을 지칭하는 것이다. 중국을 시장경제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긴 용어다.

미국은 이런 조항을 EU 영국 일본 등과의 무역협상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교역 상대국들과 힘을 합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고문을 지낸 댄 프라이스는 “이것은 미국의 2차 제재 구조를 무역협상으로 확장한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우선권을 얻고 싶다면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나라와 FTA를 체결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치르는 사이 일본도 무역영토 확장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7일자 FT 인터뷰에서 “브렉시트(EU 탈퇴)를 앞두고 있는 영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며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유럽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잃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TPP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한다. 지난 3월 체결됐다. 미국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힘이 빠진 TPP에 영국을 끌어들여 다시 동력을 찾겠다는 게 일본의 의도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닛산, 도요타 등 영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노 딜 브렉시트’(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가 자사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후에 나온 것으로 자국 기업 달래기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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