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빕, 맥그리거 압도했지만… 최악의 장외 난투극, 챔피언 벨트 못 채워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라이트급 타이틀전 경기 직후 상대 코치진에 폭력을 행사하다 제지당하고 있다. AP뉴시스
 
하빕이 승부를 확정지은 후 케이지 밖 상대 선수 측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 AP뉴시스
 
코너 맥그리거가 7일(한국시간)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에게 4라운드 서브미션패를 당한 후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AP뉴시스


“지금 자네에게 챔피언 벨트를 채우면, 관중들이 옥타곤 안으로 무엇이든 던지려고 할 거야.”

종합격투기 세기의 대결 승자가 가려졌지만 챔피언이 바로 벨트를 차지 못했다. 승부가 가려지자마자 승자와 패자 두 진영 간 최악의 난투극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는 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229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도전자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에게 4라운드 서브미션승을 거뒀다.

하빕은 승리 확정 후 자신의 마우스피스를 빼 거칠게 던진 뒤 케이지 밖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이어 케이지를 넘어가 맥그리거의 주짓수 코치 딜런 데니스에게 달려들었다. 진행요원과 경찰이 하빕을 뜯어 말리는 사이 이번엔 하빕 측 사람이 케이지를 넘어 맥그리거를 공격했다.

양측의 충돌이 겨우 진정된 후 맥그리거와 하빕은 진행요원에 둘러싸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현장의 혼란 상황을 감안해 하빕에게 벨트를 채우지 않았다. 승자 인터뷰도 건너뛰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두 선수가 경기장을 벗어난 후 경기 결과를 전했다.

하빕은 공격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그간 맥그리거 측의 자극적인 언사와 행동이 주요 충돌 배경으로 꼽힌다. 하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맥그리거 측)는 내 종교, 국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경기 전 양측의 감정 역시 좋지 않았다. 맥그리거와 팀 동료들은 지난 4월 6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센터 주차장에서 하빕이 타고 있던 버스를 공격했다. 이틀 전 하빕이 맥그리거의 팀 동료 아르템 로보프와 충돌한 것이 직접적 이유였다. 맥그리거는 당시 손수레를 버스로 던져 창문을 부수기도 했다. 타이틀전 전날 계체량 측정에선 맥그리거가 챔피언의 주먹을 치며 도발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챔피언이 도전자를 초반부터 압도했다. 하빕은 1라운드부터 자신이 우위에 있는 레슬링 기술로 맥그리거를 밀어붙였다. 2라운드에선 라이트 훅으로 맥그리거를 넘어뜨린 후 안면과 상체에 무차별 주먹을 날렸다. 3라운드에서 맥그리거가 반격에 나서 타격전을 펼쳐 반전 가능성이 엿보였다. 하지만 4라운드 들어 하빕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 후 리어네이키드초크로 맥그리거의 목을 감았고, 맥그리거가 탭을 쳐 패배를 인정했다.

하빕은 이날 승리로 27승 무패 전적을 이어갔다. 반면 2년 만에 UFC 무대로 복귀한 맥그리거는 이날 패배로 21승 4패를 기록했다. 승패가 갈렸지만 양측은 모두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얻게 됐다. 맥그리거와 하빕은 UFC 역사상 최고 수준인 300만 달러와 200만 달러의 대전료를 각각 받는다. 유료 중계방송 보너스도 별도 지급된다. 맥그리거는 경기 전 “이번 대회 페이퍼뷰가 300만∼350만 정도 될 것이라고 들었다”며 “이 경우 난 5000만 달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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