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에 사카모토 류이치까지… 다시 ‘버닝’한 부산 [23회 BIFF]

6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픈토크에 참석한 영화 ‘버닝’의 배우 유아인(왼쪽)과 전종서가 답변을 하며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6일 ‘필름메이커 토크’로 관객을 만난 영화 ‘버닝’의 이창동 감독이 작품 관련 소회를 얘기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제작진이 6일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그랜드호텔 스카이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 시즈노 코분 감독, 에구치 마리스케 작화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아침부터 극장에는 영화표를 구매하려는 관객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취재진과 관계자들은 종일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각종 행사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저녁이면 해운대 인근 주점은 담소를 나누는 영화인들로 붐볐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침내 제 모습을 찾고 있다.

23회째를 맞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반가운 축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동안 끊겼던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다시 이어졌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계자들도 줄지어 부산을 찾았다. 보이콧을 철회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영화제의 정상화를 축하하며 ‘한국영화 감독의 밤’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일부 일정은 차질을 빚었다. 매년 해운대 백사장에 차려졌던 ‘비프 빌리지(BIFF village)’가 아예 철거되면서 야외행사 장소는 영화의전당 인근으로 옮겨졌다. 강력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상륙한 6일 오전에는 행사들이 전면 취소됐다. 햇살이 든 오후에도 무대인사와 오픈토크는 실내에서 진행됐다.

영화제를 찾은 아시아 거장들과 인기 스타들이 영화 팬들을 직접 만났다. 영화 ‘버닝’의 이창동(64) 감독은 6일 오후 진행된 ‘필름메이커 토크’에 참석했고, 출연배우 유아인(32)과 전종서(24)는 오픈토크를 가졌다.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오픈토크는 당초 태풍 때문에 취소됐었으나 배우들의 의지로 시간을 연기해 치러졌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을 공개한 이후 느낀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흥행 실패에 대해 그는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리라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현실은 냉정했다”며 “후회하진 않는다.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졌다는 데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만들면서 매번 ‘내게 어떤 이야기가 있나’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한다”는 이 감독은 “‘버닝’ 속 소설가 지망생 종수(유아인)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듯 저 역시 영화감독으로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늘 고민한다. 제 고민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이 동석하지 않은 오픈토크에서 관객을 만난 유아인과 전종서는 감독에 대한 존경을 전했다. 유아인은 “이창동 감독님은 테이크를 여러 번 반복하시는 편이라 힘들어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더 연기하고 싶은데 시간에 쫓겨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이 더 힘들다. 나에게는 축복 같은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전종서는 이 감독에 대해 “항상 그리운 분”이라고 얘기했다. ‘버닝’으로 연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그는 “감독님께서 ‘이렇게 다 같이 만나게 된 건 운명’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의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66)는 생애 처음 부산을 방문했다. 6일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한·중·일 합작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초청을 받았었는데 드디어 참여하게 됐다. 영광스럽다”고 인사했다.

지난 4일 개막식에도 참석했던 그는 “한국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 영화에서 봤던 얼굴들이 객석 같은 열에 앉아 있어 신기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을 다시 만나 반갑기도 했다. 다만 내가 매우 좋아하는 배우 김태리씨가 이 영화제에 안 오신 건 아쉬웠다”고 농담을 던졌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개막식 축하 공연을 열기도 했다. ‘안녕, 티라노’ OST와 자신의 대표곡인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이어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식에서 그는 “한반도에 드디어 평화가 찾아오려 한다.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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