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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간선거, 2020 대선 전초전… 트럼프 명운 걸렸다









민주, 하원 탈환할까
하원 의원 435명 전원 선출… 현재론 탈환 전망 우세
공화, 하원 뺏기면 사실상 패배… 수성 땐 트럼프 재선 탄력

경제 호황 vs 反트럼프
공화당 최대 원군 ‘경제 호황’… 트럼프, 러스트·콘벨트 결집 나서
민주당, 反트럼프 올인… 트럼프 언행 분노·혐오감에 기대

미투·러스캔들 등도 변수
여야 없이 女출마자 역대 최대… NYT칼럼, 트럼프 발목
결과 따라 북핵 협상 속도도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명운을 가를 미 중간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1월 6일(화) 실시되는 중간선거에선 연방 상원의원 전체 100명 중 35명, 연방 하원의원 전체인 435명, 그리고 50개 주 중 36개 주의 주지사가 선출된다.

중간선거는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를 장악한 미국 정치 지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중대 분수령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여부다.

이번 중간선거는 2020년 11월 치러질 대선의 전초전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선전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탄력이 붙겠지만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그 기세가 2020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 국정운영의 명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비핵화 협상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중간선거는 ‘경제호황’ 대 ‘반(反)트럼프주의’ 프레임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화당의 최대 원군은 유례없는 경제호황이다. 미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9월 실업률은 3.7%를 기록하며 1969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생각이 없는 계층을 고려하면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의미하는 수치다. 여기에 미국 경제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2%를 기록하며 2014년 3분기(4.9%)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희소식은 이 성장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4분기에도 4%를 웃도는 경제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체감경기도 뜨겁다. 지난 7월 제조업·건축·광산업 등 블루칼라 업종의 일자리 증가율은 1984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강력한 이민정책을 통해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한때 자동차산업 등으로 호황을 누렸으나 지금은 쇠락한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주 등 ‘러스트 벨트’와 아이오와·캔자스·네브라스카주 등 옥수수 생산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농업지역인 ‘콘 벨트’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다.

그러나 역대 중간선거는 집권 여당의 무덤이었다. 1900년대 들어서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한 경우는 단 3차례밖에 없었다. 대공황 때였던 193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 역사적인 경제호황기였던 98년 빌 클린턴 행정부, 9·11 테러 직후였던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만이 여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는 행운을 누렸다. 국민을 뭉치게 했던 대공황과 9·11 테러라는 역사적 사건이 집권당의 승리를 낳았던 것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야당이 중간선거에서 항상 이겼다. 그래서 중간선거의 가장 중요한 표심은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반트럼프 정서’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언행에 분노와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계의 거목이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장례식이 열리는 동안 골프를 치고, 여기자에게 “생각이 없다”며 모욕적인 발언을 던졌던 행태들이 쌓여 분노의 표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적 지뢰들도 깔려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공모·내통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인 ‘러시아 스캔들’, 익명의 고위관리가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폭로한 칼럼을 게재한 사건 등은 선거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일 각을 세우는 미국 주류 언론들도 민주당의 우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표심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실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7∼46%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운영 반대 비율이 56∼60%를 오가며 더 높다.

지지율을 놓고서도 양당은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대이지만, 느슨한 지지가 아니라 콘크리트 지지”라며 “샤이 트럼프(트럼프 지지를 밝히지 않는 층)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정도의 높은 경제성장률이라면 지지율이 60%대에 육박해야 한다”면서 “호황 국면의 지지율 40% 초반은 낮은 수치”라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판세를 종합하면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각각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으로선 하원을 빼앗기면 패배가 되는 것이다.

반트럼프 정서가 높은 데도 공화당의 상원 수성 가능성이 큰 것은 상원의원(임기 6년)은 현역 의원 강세가 하원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또 올해 선거 대상인 상원 35개 지역구를 보면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구가 26곳으로, 공화당 9곳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민주당으로서는 ‘이겨야 본전’이라는 의미다.

민주당은 2년 단위로 의원을 전원 교체하는 하원 탈환을 벼르고 있다. 현재 전망도 민주당 우세가 많다. 정치전문기관 쿡폴리티컬 리포트는 하원 우세지역은 공화당이 6석 더 많지만, 45개나 되는 경합지역을 따로 분류하면 민주당의 선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치 후원금에 민주당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민주당 승리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중간선거까지 한 달이나 남아 있고, 부동층이 많아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이번 중간선거의 또 다른 특징은 상·하원 선거 모두 여성 출마자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많다는 점이다. 특히 민주당 여성 후보가 전체 여성 후보의 75%를 차지한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미투운동’의 여파와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차별적 행보가 여성 돌풍을 낳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 탄생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공화당의 영 김(캘리포니아주), 펄 김(펜실베이니아주), 민주당의 앤디 김(뉴저지주)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해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98년 김창준 당시 의원이 물러난 후 20년 만에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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