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관객이 마음껏 떠들 수 있게 배려, 선율·소란 어우러져 유쾌한 공연

밀알 첼로앙상블 ‘날개’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연주자 차지우씨가 6일 서울 중구 세실극장에서 서울시향 현악 체임버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협연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아이들이 마음껏 떠들 수 있도록 그냥 두시길 바랍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6일 서울 중구 세실극장에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연 ‘행복한 음악회, 함께!’는 이런 안내로 시작됐다. 다른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연주자가 무대에 섰고, 발달장애인은 관객석에서 시끄럽게 해도 괜찮았다. 지휘자 차웅을 비롯해 서울시향 현악 체임버 단원들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 공연이 시작돼도 객석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주로 발달장애 아동과 그 부모가 가족 단위로 앉았다. 200명에 가까웠다. 경쾌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연주될 동안 “깔깔깔” 웃는 아이도 있고 “아”하고 소리를 지르는 어린이도 있었다.

발달장애로 음악치료를 받아온 이상우(18)군은 바이올린으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매끄럽게 연주했다. 발달장애를 가진 첼로 연주자 차지우(21)씨는 서울시향 현악 체임버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거의 완벽하게 협연해 감동을 선사했다.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드림위드앙상블’은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 등을 연주하며 관객들의 합창을 이끌어냈다.

레퍼토리에서도 배려가 돋보였다. 친숙한 곡을 주로 들려주면서 하이든의 현악4중주와 영화 ‘슈퍼맨’ 주제곡처럼 지친 부모를 위로하는 곡도 있었다. 그 사이 아들은 아버지의 목을 끌어안고 장난을 쳤고, 한 꼬마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낯선 이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처음엔 아이들의 소란이 악기의 소리를 방해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연주가 진행될수록 그 소란과 악기의 선율이 어우러져 더 즐겁고 자유로운 공연 현장을 만들어냈다. 아들과 공연을 보러 온 김원재(37)씨는 “아이가 놀아도 되니까 마음 편히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공연 제목처럼 함께 행복한 음악회였다.

이 연주회는 지난해 7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일어난 소동에서 시작됐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동이 공연 중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이 일로 발달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필요하다는 의견(국민일보 2017년 8월 21일자 16면 참조)이 제기됐고 서울시향은 고민 끝에 지난해 연말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획공연 ‘클래식 스페이스: 함께!’를 선보였다.

서울시향은 올해 구글코리아의 협찬을 받아 이 기획공연을 연 2회로 확대했다. 지난 7월 공연은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넓은 공간에서 진행됐고, 이번에는 정식 공연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객석이 있는 장소를 빌렸다. 공연은 서울시향 홈페이지(seoulphil.or.kr)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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