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홀서 이글… 갤러리가 환호했다

박성현(오른쪽)이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첫날 14번홀에서 이글을 성공시킨 후 김인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제공
 
14번홀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유소연(왼쪽)과 전인지.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 제공


홀컵까지의 거리는 7m, 갤러리의 정적 속에서 박성현은 신중하게 그린의 경사를 읽었다. 퍼터를 떠난 볼이 서서히 그린을 구르기 시작했다. 박성현은 볼이 홀컵 속으로 사라지기 전부터 이글을 확신한 듯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숨죽였던 갤러리가 박수를 쏟아냈다.

세계 유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인 2018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가 4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6508야드)에서 시작됐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을 비롯해 유소연(3위) 김인경(10위) 전인지(27위)가 참가해 톱시드를 받은 한국은 첫날 대만을 상대로 2승을 거두며 승점 4점을 확보, A조 선두로 나섰다. 14번홀에서 나온 박성현의 이글 퍼팅이 이날 승부의 백미였다.

한국은 우승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세계랭킹 100위권 밖의 선수가 2명이나 있는 대만을 맞아 의외로 고전했다. 박성현은 좋은 퍼팅을 선보이고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을 정도로 여느 때보다 긴장을 많이 했다”고 했다. 유소연은 “내 자신을 위한 메이저 대회보다, 나라를 위해 경기하는 중압감이 컸다”고 말했다.

경기는 2인 1조로 각자의 볼을 갖고 플레이한 뒤 더 나은 성적을 선택, 홀마다의 승패를 따지는 ‘포볼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도중에 승부가 결정날 수도 있었지만 박성현-김인경 조와 유소연-전인지 조는 모두 18번홀까지 갔다. 두 조 모두 라운드 중 대만에 뒤처지는 때가 있었다.

박성현-김인경 조는 박성현이 10번홀에서 버디, 14번홀에서 이글을 낚으며 경기 후반 승기를 잡았다. 뒤처진 때에도 웃는 얼굴로 과일을 나눠먹는 등 시종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던 유소연-전인지 조는 11번홀에서 나온 전인지의 버디와 함께 앞서가기 시작했다. 전인지는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2홀 차 승리를 완성시켰다.

태극기 머리띠를 하고 운집한 갤러리는 한국 선수들을 아낌없이 응원했다. 전인지는 “실수로 의기소침하는 순간 팬들의 응원이 들렸고, 그게 다시 힘을 낼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김인경은 “주위를 보니 친구 지애(신지애)도 보이고 다른 선배님들도 많이 보여서 10야드는 더 칠 수 있었다”고 농담을 했다.

한국은 2014년 처음 열린 이 대회에서 공동 3위, 2016년엔 2위를 기록했다. 대회 최종일인 7일에는 파이널 매치가 열리는데, 사실상 한국과 전 대회 우승팀 미국의 맞대결로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한편 이날 B조에서는 태국이 일본에 1승 1무를 거두며 선두에 올랐다.

인천=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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