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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췄지만… 속 쓰린 메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3일(현지시간)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폐막연설을 앞두고 그룹 아바의 히트곡 ‘댄싱 퀸’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날 메이 총리가 연단을 걸어나오며 춤춘 것은 브렉시트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여유와 자신감을 피력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AP뉴시스


영국 중부 버밍엄에서 3일(현지시간)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테리사 메이 총리가 폐막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올랐을 때 스웨덴그룹 아바(ABBA)의 히트곡 ‘댄싱 퀸’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메이 총리가 두 팔을 흔들며 걸어나오는가 싶더니 잠시 멈춰서 온몸을 흔들었다.

메이 총리의 춤추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노래와 춤으로 자신을 환영하자 춤으로 화답했다. 또 케냐 나이로비의 유엔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당시 메이 총리의 춤이 워낙 어색해서 영국 언론들은 ‘아재 춤(dad dancing)’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또 로봇처럼 딱딱하다는 의미에서 ‘로보메이(RoboMay)’ ‘메이봇(Maybot)’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메이 총리의 춤 영상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이날 메이 총리의 ‘댄싱 퀸’ 춤은 자신을 희화화할 정도로 여유와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선 패배 직후 열린 전당대회에서 연설 중 계속 기침을 하는가 하면 무대에 난입한 코미디언 사이먼 브로드킨으로부터 P45(기업에서 사용하는 해고통지문)를 받는 굴욕을 당하던 모습과 천양지차다.

메이 총리는 당대회에서 180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분열되면 브렉시트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보수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춤이 ‘소프트 브렉시트’와 ‘하드 브렉시트’ 진영으로 분열된 보수당을 하나로 만들지는 못했다. 보수당은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도 EU와 같은 상품 규제 체제를 유지한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진영과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필두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단번에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 올 들어 메이 총리가 제시한 ‘체커스 계획(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장차관의 줄사퇴, 총리 불신임안 제기 논란 등으로 이어지며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EU도 체커스 계획을 거부했지만 메이 총리는 체커스 계획이 아니면 ‘노딜 브렉시트’도 감수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이날 연설자로 나서 “체커스 계획은 유권자들에 대한 사기이며 영국 경제에 대한 정치적 모욕”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게다가 메이 총리가 2008년 이어온 재정긴축 기조를 내년에 끝내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서도 영국 언론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BBC는 “세금을 올리거나 정부차입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완화하지 않는 한 메이 총리의 약속은 경제성장 전망치가 상향되지 않는다면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인 노동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노동당은 “오늘 메이 총리의 춤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면서 “긴축정책을 끝내겠다는 총리의 무의미한 제안은 비현실적인 브렉시트 협상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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