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돌아온 영화인들… 축제는 다시 시작됐다 [23회 BIFF]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의 윤재호 감독과 출연진,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전양준 윤재호 이유준 이나영 장동윤 오광록 서현우. 21회 ‘춘몽’, 22회 ‘유리정원’에 이어 3년째 한국영화가 개막작을 장식하게 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야제가 열린 3일 오후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정현민 부산시 행정부시장,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윤종서 중구청장 등이 점등식을 진행하고 있다.


축제의 막이 올랐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부산으로 모였다. 23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체제가 꾸려진 올해 영화제는 ‘정상화의 원년’을 선언했다.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이어져 온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그간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해 온 영화인들은 보이콧을 전면 철회하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뜻밖의 복병은 매섭게 북상 중인 태풍 ‘콩레이’다. 4∼6일 부산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면서 강풍과 폭우가 예보됐다. 5∼7일 해운대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무대인사나 오픈토크 등 다수의 행사는 모두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 아주담담 라운지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다.

올해 영화제는 영화의전당 등 부산 지역 5개 극장의 30개 상영관에서 전 세계 79개국 323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되는 월드 프리미어 115편(장편 85편·단편 30편)과 제작 국가를 제외하고 처음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5편(장편 24편·단편 1편)이 초청됐다.

주목할 만한 작품이 적지 않다. 레바논 난민의 가혹한 현실을 다룬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가버나움’(감독 나딘 라바키), 냉전시대 배경의 사랑이야기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콜드 워’(파벨 파블리코브스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작이었던 ‘경계선’(알리 압바시) 등이 눈길을 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인 ‘퍼스트맨’(데이미언 셔젤)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전기 영화다. 이 밖에 ‘이미지 북’(장 뤽 고다르) ‘도그맨’(마테오 가로네) ‘애쉬: 감독판’(지아장커) ‘아사코 Ⅰ&Ⅱ’(하마구치 류스케) ‘3개의 얼굴들’(자파르 파나히) 등 거장의 신작들도 다수 포진했다.

올해 개막작은 배우 이나영이 6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 ‘뷰티풀 데이즈’(윤재호)가, 폐막작은 홍콩 액션 영화 ‘엽문 외전’(원화평)이 각각 선정됐다. ‘뷰티풀 데이즈’는 단편과 다큐멘터리로 두각을 나타낸 윤재호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조선족 남편(오광록)과 아들(장동윤)을 떠나 홀로 한국에 온 탈북 여성(이나영)의 고통 어린 삶을 그린다.

개막일인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윤 감독은 “이별과 재회,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2011년부터 조선족과 탈북민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취재 과정에서 취합한 여러 사연들을 녹여 이번 영화를 내놓게 됐다.

극 중 14년 동안 떨어져 있던 아들을 만나 감정의 동요를 겪는 엄마를 연기한 배우 이나영은 “비극적 상황들을 겪고도 다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인물의 당당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5년 5월 동료배우 원빈과 결혼해 그해 12월 아들을 얻은 그는 “예전에는 단순히 상상만으로 표현했던 감정들이라면, 엄마가 된 지금은 공감하게 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분단이라는 소재가 지니는 시기적인 의미도 상당하다. 윤 감독은 “제목과 엔딩에서 느껴지듯 이 영화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면서 “관계가 나쁠 때 다시 대화하기 위해선 일단 만나는 것이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 분단 이후 태어난 세대로서 최근의 남북 관계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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